성장형 아이돌 허웅, 모범생은 멈추지 않는다
기사입력 2022.11.13. 오전 09:01 최종수정 2022.11.13. 오전 09:01
이번 FA 시장에서 이승현과 함께 전주 KCC로 둥지를 옮긴 허웅(29‧185.2cm)은 KBL에서 가장 뜨거운 슈팅가드중 한명이다. DB에서의 마지막 시즌 스탭업을 이루며 한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새로운 팀 KCC에서도 이적 첫해부터 팀내 주포로 활약하고 있는 모습이다. 10경기에서 평균 15.60득점, 4.90어시스트, 2.20리바운드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포지션별 불균형, 얇은 선수층, 부상자 문제 등으로 팀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살림꾼 이승현의 몸상태가 좀 더 올라오고 라건아와 함께 할 외국인선수 문제가 해결(적응 혹은 교체)된다면 기존 간판스타 송교창이 없는 상황에서도 6강 경쟁력은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꾸준한 득점력에 더해 다른 능력치까지 성장 중에 있는 허웅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강혁, 강병현, 김효범, 조성민, 이정현, 전성현 등 그간 KBL 무대에서는 한시대를 풍미한 쟁쟁한 슈팅가드가 존재해왔다. 허웅이 뛰어난 선수이기는 하지만 아직 그들과 비교되기에는 커리어나 임팩트 등에서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누구와 맞서도 압도적으로 앞서는 부분이 있으니 다름아닌 ‘인기’다. 허웅의 인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오랫동안 최고 인기 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한창때 이상민과도 비교될 정도다.
인기가 예전같지않은 프로농구판에서 유일하게 고정 팬을 몰고다니는 인기스타다. ‘KBL 아이돌’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선수로, 이제막 이적했음에도 소속팀 KCC가 경기외적인 부분에서 여러 가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을 정도다. 인기 하나 만큼은 전포지션을 통틀어 역대를 논할만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코트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허웅의 언행이다. 최근 KBL에서는 이른바 개성파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에고, 팀보다 앞서는 고집스러운 신념, 대선배도 가리지않는 거친 행동, 잊을만하면 사고를 치며 팀내 분위기를 흐리는 시한폭탄 등 개성과 빌런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들이 적지않다.
그럼 흐름 속에서도 묵묵하게 농구에만 집중하는 ‘모범생’타입도 있으니 허웅도 그중 하나다. 상당한 달변가에 위트도 있는지라 재미없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코트 안팎에서 잡음을 일으키지않고 개인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로 공헌하고 있다. 감독들이라면 선호할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역대급 인기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만하다.
허웅은 아마 시절부터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안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허재의 장남이라는 사실은 본인을 알리는 데는 좋았을지 몰라도 주변의 지나친 관심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 또한 매우 컸을 것이 분명하다. 거기에 전체 1순위 출신 동생 허훈(27·180㎝)이 국내 최고 수준의 가드로 발돋움하면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한 선수같았으면 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허웅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데뷔 첫시즌을 제외하고는 평균 두자릿수 득점을 놓치지 않았으며 앞서 언급한데로 2021~22시즌을 기점으로 제대로 스탭업에 성공했다. 이전까지만해도 '허훈과 허웅은 기량적으로 레벨차이가 있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나 현재는 격차가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팀내 상황에 따라서는 허웅을 선택한다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졌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독할 정도의 노력이 뒤따랐다. 명지대 김태진 감독은 “빼어난 재능에 멈추지않고 노력까지 많이 하는 선수로 알고 있다. 노력에 관한 미담(?) 등을 전해 듣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엄격하고 늘 꾸준한 루틴을 유지하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각팀마다 190㎝이상의 가드가 즐비할 정도로 대형화가 가속화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서 사이즈적인 약점을 가지고도 매시즌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는 말로 허웅의 모범적인 성실함을 높게 평가했다.
2번으로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허웅은 슈팅가드로서 생존해왔다. 슈팅가드나 스몰포워드가 더 적합함에도 1번을 고집하는 선수도 적지않은 현 트랜드에서 사이즈에서 아쉬움을 가지고있는 허웅은 충분히 1번 듀얼가드를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허웅은 자신에게 익숙한 2번 자리에서 해법을 찾아나갔다.
슈팅력 하나만큼은 동생보다도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부지런히 공간을 찾아다니고 동료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오프 더 볼 무브‘에 주력했다. 그결과 타고난 손끝 감각에 준수한 운동능력까지 더해 캐치앤샷, 무빙샷, 스텝백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정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슈터로 거듭났다. 거기에 더해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들어 돌파를 성공시키는지라 단순히 슈팅만 막으면되는 유형은 벗어난지 오래다. 타고난 강심장을 바탕으로 클러치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빅샷을 날릴줄 안다.
올시즌에는 KCC 팀 사정상 포인트가드까지도 종종 보고 있다. 타고난 혹은 본래부터 1번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만큼은 아니지만 준수한 드리블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시간 동안은 책임져 주고 있는 모습이다. 패스의 질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며 리딩 등에서도 안정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슈터에 익숙한 선수임을 감안했을 때 놀라울 정도의 변화다.
아예 포지션을 바꿀 가능성까지는 없어보이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만 유지해도 서브 볼 핸들러, 보조리딩 등이 수준급으로 모두 가능한 전천후 슈팅가드로 거듭나는게 가능해진다. 멈추지않는 모범생 허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백승철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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