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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한국가스공사, 아쉬운 이름 김낙현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2. 11. 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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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한국가스공사, 아쉬운 이름 김낙현

기사입력 2022.11.17. 오후 02:13 최종수정 2022.11.17. 오후 02:13

‘만류귀종(萬流歸宗)’ 모든 물줄기와 수없이 많은 물결 그리고 흐름은 결국 바다에 가서 하나가 된다는 말로, 종류는 다르되 절정이 되면 하나의 형태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이는 현대 농구의 흐름과도 무관하지않다. 과거에는 포지션별 분업화가 디테일하게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꼭 거기에 특화되지않아도 결과적으로 좋은 호흡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은 선택지로 인정받고 있다.

‘김낙현이 얼마나 대단했고 중요한 선수인지 알겠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구 한국가스공사 팬들 사이에서는 그간 팀을 이끌었던 김낙현(27‧183.7cm)의 빈자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나쁘지않은 멤버구성에도 불구하고 2승 7패(0.222)로 단독 꼴찌로 추락한 상태다. 시즌 초라고는 하지만 우승후보로도 평가받았던 것에 비춰봤을 때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팀플레이를 이끌어가고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1번 부재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자랜드 시절부터 한국가스공사는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가드는 많았지만 대부분이 리딩형과는 거리가 먼 ‘그냥 가드’였으며 트레이드,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않았다.

하지만 김낙현이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17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지명을 받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하기는 했지만 특급 신인으로까지는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와서보면 1순위 허훈까지는 어렵다해도 양홍석, 안영준 등과 함께 2순위를 다툴만한 선수로서 올라섰다.

꾸준한 활약으로 말미암아 ‘믿거고(믿고 거르는 고려대 가드)’라는 모교를 향한 치욕스런 평가도 사라진지 오래다. 김낙현이 들어온 이후 더 이상의 1번 고민은 없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한국가스공사는 2순위같은 6순위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지명당시만해도 김낙현이 팀의 붙박이 1번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것으로 보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좋은 선수이기는 하지만 팀이 원하는 포인트가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낙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슈터를 방불케하는 슈팅 능력이다. 고교 시절부터 슛쟁이로 인정받아온 그는 받아먹는 슛은 물론 무빙슛에도 능하고 미드레인지 점퍼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슛 타이밍이 빠르면서도 정확도가 높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탄탄한 하체가 바탕이 되는지라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감 있게 포물선이 만들어지고 그로 인해 적중률도 매우 높다. 스크린을 타고 돌아 나와 순간적으로 매치업 상대를 따돌리고 슛을 쏘는가하면 골밑으로 들어갈 듯 말듯 페이크 동작을 섞어주다가 그대로 3점슛을 던지기도 한다. 상대가 슛에만 집중한다싶을 때 빈틈을 파고들어 성공시키는 돌파도 일품이다.

하지만 이런 슈터형 1번은 듀얼가드가 늘어갔던 상황 속에서도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 신기성이 있었지만 그는 외곽슛이 특출나게 좋았을 뿐 슈터형으로 분류될만한 1번까지는 아니었다. 퓨어가드가 많았던 당시에나 공격형 가드로 불렸지 지금시점에서 보면 팀플레이를 잘 이끌어가는 포인트가드였다.

반면 김낙현은 슈팅이 가장 특기였다. 시야, 리딩, 패싱센스 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보조리딩이 좋은 2번이 함께 하지 않는 이상 플레이 스타일만 놓고 봤을 때는 단신 2번이 어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성실함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었다. 주변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매시즌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한 끝에 한국가스공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포인트가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그에게 ‘애매한 1번’이라는 표현을 쓰지않는다.

김낙현 이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ES스포츠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독립농구단/유소년 엘리트 조성훈 총감독은 “김낙현의 스타일은 언뜻보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포인트가드와는 상당 부분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 없느냐다. 포인트가드가 왜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화려한 패스를 날려대도 본인이 나왔을 때 팀플레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좋은 1번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김낙현이 코트에 서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팀에 중심이 바로 서는 느낌이다. 그것만으로 이미 김낙현은 검증이 끝난 주전 1번이라고 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상당수 지도자들이 공격형 가드를 선호하지않는 배경에는 지나치게 자신의 공격만 보다가 다른 동료들의 리듬을 깨트린다던가 전체적 흐름을 읽지 못해 분위기를 넘겨주는 등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김낙현은 다르다. NBA 대표적 슈터형 1번 스테판 커리가 그렇듯 강력한 득점원이면서도 동료를 살려주면서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여러시즌에 걸쳐 제대로 보여줬다.

보통 팀 플레이를 잘하는 포인트가드하면 넓은 시야와 패싱센스를 앞세워 패스만으로 팀을 쥐락펴락하는 1번을 떠올린다. 하지만 역대로 따져도 그런 플레이를 펼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성훈 감독의 말처럼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스타일이 문제가 아닌 팀에 안정감을 줄수있느냐의 유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개개인별로 능력은 있지만 선수들 이름 값에 비해 시너지가 나지않고 클러치 상황에서 불안감이 느껴지는 플레이가 속출하는 등 전체적으로 ‘우당탕탕’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시즌내내 그렇지는 않겠지만 부진이 지속될수록 김낙현의 빈자리가 그리워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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