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KCC 제베’ 이근휘, KBL 대초원 호령할까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2. 11. 16. 10:53

본문

‘KCC 제베’ 이근휘, KBL 대초원 호령할까

기사입력 2022.11.16. 오전 07:31 최종수정 2022.11.16. 오전 07:31

전주 KCC는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비시즌 FA를 통해 새로이 팀에 합류한 이승현(30‧197cm), 허웅(29‧185.2cm)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에이스 송교창(26‧201.3cm)까지 돌아오기 때문이다. 국가대표급 2-3-4번이 완성된다고 볼수 있는데 무엇보다 실력이 빼어나면서도 ‘에고’까지 높지않아 서로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교창, 이승현은 기본적으로 수비, 궂은일 등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이며 허웅 또한 화려한 플레이를 주특기로 하면서도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잘 달리고 파이팅 넘치는 라건아(33‧200.5cm)에 더해 골밑 몸싸움과 제공권 등에서 공헌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까지 가세한다면 어느 팀과도 정면 대결이 가능한 경쟁력 높은 주전 라인업이 만들어지게 된다.

앞선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줄 주전 포인트가드, 얇은 선수층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으나 검증된 빅4가 버티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이러한 KCC에 무게감을 더할 카드가 있으니 다름아닌 '몽골 독수리' 이근휘(24‧187cm)가 그 주인공이다.

팀이 강호로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베테랑에 더해 젊고 파이팅 넘치는 신예급의 약진이 필요하다. KBL의 정규시즌은 길다. 더불어 공간을 넓게 쓰는 농구가 대세를 이루면서 갈수록 활동량, 체력전이 중요시되고 있다.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며 힘을 보태줄 또 다른 주전급 선수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KCC에서 그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젊은 피로는 단연 이근휘가 0순위로 꼽힌다. 송동훈, 김동현, 서정현 등은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들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보여준게 없다. 반면 이근휘는 올시즌들어 확연히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KCC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타팀 사령탑일 때부터 자신이 찍어놓은 선수는 어떻게든 키워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송영진, 박상오, 조성민 등이 대표적으로 그들은 전감독과 함께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런 전감독이 최근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선수가 바로 이근휘다. 대학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슛쟁이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아 202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KCC에 지명받았다.

아쉽게도 지난 두시즌간 아쉬운 모습만 노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감독은 끊임없이 공을 들였다. 단순히 아마시절에 특급 슈터로 명성을 떨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슈터로서 기대되는 재목은 이근휘만이 아니다. 매시즌 슛좋은 선수는 꾸준히 나온다. 그는 단순히 슛이 좋은 것을 떠나 운동능력, 체력 등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요소인 성실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키워볼만하다’는 마음을 심어주는 선수인 것이다.

하지만 ‘슈팅은 타고났다’는 호평과 달리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고 그로인해 제대로 코트에 서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감독은 비시즌마다 이근휘를 언급하며 여전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때로는 모두가 놀랄 정도로 호통을 치며 혼을 냈고 때로는 언론에 그의 재능을 언급하며 지켜봐줄 것을 부탁했다. 당근과 채찍을 쉼없이 들이댄 것이다. 그만큼 슈터로서의 재능은 진짜였다는 얘기다.

울란바토르 출신 이근휘는 이성, 강바일의 뒤를 잇는 몽골 귀화선수다. 몽골은 예로부터 힘좋고 활을 잘쏘는 전투 민족이었다. 특히 칭기즈칸 시절은 몽골의 전성기로 제국을 이루어 전세계를 대초원삼아 호령했다. 당시 악명을 떨쳤던 장수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겠지만 명궁으로는 ‘제베’가 유명했다.

칭기즈칸이 가장 신임했던 사준사구중 사구의 일인으로 자신이 정한 목표물이 있으면 어떤 상황, 어떤 자세에서도 명중을 시켰다고 한다. 칭기즈칸이 하사한 제베란 이름 자체가 ‘화살’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인지 서양에서는 ‘화살백작’이라는 호칭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미국 역사 밀리터리 잡지 ‘암체어’에서는 그를 세계 역사상 최고의 명장 37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이근휘는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앞서 언급한데로 슈팅 능력 하나만큼은 지금 당장도 리그 정상급에 가깝게 평가된다. 자신의 타이밍이다 싶으면 거리에 상관없이 3점슛, 미들슛 등을 안정적으로 적중시킬 수 있으며 상대 수비의 움직임을 보고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던지는등 슈터로서의 리듬과 밸런스가 잘잡혔다. 체력이 좋아 쉴새없이 코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슈팅찬스를 노리는 것을 비롯 탄력을 활용한 리바운드 참가도 좋다.

문제는 딱 그것 뿐이라는 것이다. 현대 농구는 특정 부분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다재다능함을 요구한다. 현재 2~3번을 오가는 이근휘 입장에서는 크지않은 신장을 고려했을 때 슈팅가드가 적합한 포지션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주 지적되는 수비 문제는 물론 볼 핸들링, 보조리딩, 패싱게임 등에 있어서도 발전이 필요하다. 바로 그 부분이 백업슈터와 주전급 슈터를 가르는 요소가 될 것이다는 평가다.

마침 팀에는 훌륭한 롤모델이 있다. 허웅이다. 허웅은 2번으로서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매시즌 성장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리그 최고의 슈팅가드중 한명으로 불린다. 이근휘가 그랬듯 처음에는 ‘오프 더 볼 무브’중심의 슈터였으나 이후 다양한 능력치가 추가되며 현재는 상황에 따라서 1번 역할까지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해졌다.

이근휘가 허웅처럼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옆에서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얻어지는게 많다. 이근휘 입장에서 호재는 선배 허웅 또한 후배를 키우려고 한다는 점이다. 경기 중에도 이근휘를 붙잡고 쉴새없이 조언을 쏟아붓는 등 애정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근휘가 주변의 기대대로 주전급 슈터로 성장할 수 있다면 상대 편에서는 허웅-이근휘라는 매우 부담스러운 ‘쌍포’를 상대해야 된다. 이런 효과는 골밑의 라건아-이승현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제베가 주군 칭기스칸의 신임아래 전세계 전장을 누볐듯 이근휘 역시 스승 전창진 감독의 믿음 속에서 KBL 대초원을 호령하는 최고의 궁사가 될 것인지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