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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함지훈, 자신만의 농구로 전설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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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뭉큐라덕션 2022. 11. 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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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함지훈, 자신만의 농구로 전설되다

기사입력 2022.11.20. 오전 09:01 최종수정 2022.11.20. 오전 09:01

KBL 무림 ‘십대문파’중 최고 명가를 꼽으라면 정상대전 최다 우승에 빛나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현대모비스 역사에서 최고의 전설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풍림화산(風林火山)’ 양동근(41‧181cm) 혹은 ‘유능제강(柔能制剛)’ 함지훈(38‧197.4cm)을 지목할 것이다.

그만큼 둘이 자신들의 문파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나다. 현재는 수석코치와 팀내 최고참 선수로 나뉘어져있지만 3년전까지만해도 리그를 호령하는 ‘울산 쌍괴(蔚山雙怪)’로 악명이 높았다. 전설속 고수들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기량이 떨어지지않고 여전히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노송(老松) 두 그루가 버티고 있는한 누구도 현대모비스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다’는 말이 당연스레 오갈 정도였다.

실제로 양동근은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도 ‘더 뛰어달라’는 팬들의 외침이 쏟아질 정도로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으며 함지훈 또한 올시즌 나이를 잊은 경기력을 과시하며 마치 ‘현경(玄境)’의 경지에 이른 농구 고수의 위엄을 떨치고 있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평균 9.36득점, 3.45어시스트, 3.45리바운드를 기록중인데 본인이 많은 공격 기회를 가져가는 등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팀 공격이 안풀릴 때 혈을 뚫어주는 해결사 혹은 도우미 역할 위주로 움직이는지라 기록의 순도가 높다.

단순함으로 복잡함을 이긴 남자, 미스터 기본기

둘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오랜 시간 동행하며 전설로 남을 대첩에서 번번이 승리했다. 그 결과 수많은 우승 반지와 MVP를 쓸어담은 것을 비롯 소속팀 현대모비스를 왕조로 이끌었다. 현대모비스에 입문하게 된 과정 역시 드라마틱하다. 양동근은 200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주 KCC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KCC는 2003~04 시즌 도중 현대모비스 센터 R.F. 바셋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모비스에게 양도했다.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KCC가 가진 지명권이었지만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으로 지명권을 행사해 양동근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당시 양팀의 거래가 없었다면 프로농구의 역사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비록 바셋 플러스 효과로 인해 한번의 우승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이후 양동근이 현대모비스에 안긴 우승횟수를 생각했을 때 어느 쪽이 남는 장사였는지는 구태여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양동근과 함지훈의 초년병 시절, 이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놓고 주변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둘 다 이전까지 선호하던 야전사령관, 빅맨과는 상당 부분에서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양동근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음에도 혹평도 많았다. 지금이야 어떤 스타일의 포인트가드도 인정받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패스 위주의 정통파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넓은 시야와 현란한 패스를 통해 게임을 풀어가는 선수들에게 익숙했던 상황에서 자신의 공격을 먼저 보는 등 다소 좁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양동근의 모습은 각 커뮤니티 등에서도 주 논쟁거리로 화두에 올랐다. 특히나 큰 경기에서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럴 줄 알았다’며 선수의 부진을 플레이 스타일 때문으로 돌리는 의견도 적지 않은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양동근은 현명했다. 선수마다 타고난 성향과 잘하는 부분이 다르다. 본인도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는 이전 정통파 1번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쪽에 더 집중했다. 강점은 더욱 강점으로 올라섰고 결국 자신만의 완벽한 스타일을 만들어내며 한동안 지속되던 갑론을박을 실력으로 지워버린다.

양동근은 신장은 크지 않지만 탄탄한 근육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로 매치업 상대를 압살했다. 그와 몸싸움을 벌이는 대부분 상대 가드는 월등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리는 경우가 태반이었는데 이를 활용한 적극적인 포스트업은 현대모비스의 주요 전술중 하나였다. 자신과 비슷한 체격을 가진 가드를 만나면 누구를 막론하고 미스매치를 만들어버렸다.여기까지라면 더블팀 등을 통해 양동근을 제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양동근은 내외곽에 걸쳐서 전천후로 상대 수비를 폭격할 수 있는 선수였다. 3점슛, 미드레인지 등 거리를 가리지 않고 찬스다 싶으면 정확도 높은 슛을 꽂아 넣었는데 폭발력에 더해 안정감까지 갖추고 있었다. 특히 스크린을 타고 들어가 던지는 풀업 점퍼는 상대팀에서 알고도 대응하기 힘들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 역할을 주로 담당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양동근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수비다. 보통 양동근 정도의 공격력을 갖춘 선수는 수비 쪽으로는 다소 힘을 덜 쓰는 경향이 많다. 양동근은 달랐다. 공격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에너지를 수비 쪽에 쏟아내며 리그 최상급 디펜더로 군림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양동근은 동 포지션에서 가장 힘이 강한 편이었다.

거기에 더해 기동성도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 성향 자체가 무척 적극적이고 부지런한지라 제대로 마음먹고 대인마크를 들어가면 어지간한 상대는 거대한 철장에 갇혀버린 듯 평소의 움직임을 봉쇄당해버렸다. 경기 시야가 더 넓고 패싱센스가 좋은 가드라 해도 양동근과 매치업되면 공수에서 모두 밀려버리며 제대로 된 플레이가 힘들었다.

‘이화접옥(移花接玉)’의 이상민, ‘경화수월(鏡花水月)’의 김승현처럼 상대를 속이거나 현혹시키는 비전 절기는 가지지 못했지만 정면에서 ‘철권(鐵拳)’으로 때려 부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장을 지배했다. 이처럼 경기 내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공수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타고난 체력에 더해 대단한 자기관리가 함께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빠르지도 높지도 않지만…, 그냥 잘한다

압도적이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어도 어쨌거나 양동근은 전체 1순위 출신이다.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외 대학 최초의 1픽 선수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만큼은 아마시절부터 인정받았다. 역대급 가드까지는 예상하기 어려웠을지 몰라도 공수에서 안정적으로 웬만큼 역할은 해낼 수 있는 유형의 선수였다.

양동근이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더라도 최고의 1번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면 함지훈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빅맨의 공식을 깨버린 선수로 평가된다. 커리어 초창기때만 하더라도 함지훈이 이토록 오랫동안 롱런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2007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당시 함지훈은 1라운드 10순위로 지명된 선수다. 밀리고 밀리다가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팀 현대모비스 순번까지 선택이 미뤄졌다.

당시 함지훈이 저평가를 받았던 배경에는 부상여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반적인 빅맨과는 여러모로 다른 부분이 영향을 끼쳤다. 그는 높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힘은 좋은 편이었으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포지션 대비 신장도 크지 않은데다 스피드, 탄력 등에서 별반 강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역대 사례를 살펴봐도 이런 유형의 빅맨이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어렵다. 슈터급 손끝 감각을 자랑했던 서장훈, 어지간한 스윙맨 수준으로 달리고 점프했던 김주성, 탄탄한 파워에 더해 모든 부분에서 평균치 이상의 능력을 보유한 오세근까지 한시대를 풍미한 빅맨들은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하승진같은 경우는 사이즈가 곧 능력이었다.

함지훈은 강점을 가지고 있던 몸싸움, 파워 등에 특유의 센스있는 움직임 등을 더해 골밑의 지배자로 거듭났다. 유연하고 낮은 드리블과 부드러운 피벗동작을 바탕으로 자신의 위치를 잡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능력이 굉장히 빼어나다.

거기에 짧은 순간 다양한 페이크까지 섞어쓰며 확실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무너뜨려 놓고 여유 있게 슛을 시도하는지라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스피드와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바싹 붙어서 이른바 비비면서 공격을 시도하고, 자신과 몸싸움이 가능한 선수를 상대할 때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타이밍을 뺏는 움직임을 주로 가져가는 등 상대별로 다양한 옵션을 구사한다. 자신의 장점으로 상대의 플레이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양동근과 비슷하다.

마치 코트 바닥에 발을 박아놓고 움직이는 듯 ‘천근추(千斤錘)’로 탄탄한 중심을 잡은 상태서 잠재력을 남김없이 끌어다 쓰고, 힘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를 통해 쉽게 쉽게 상대를 요리한다. 거기에 빅맨으로서는 드물게 코트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도 좋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빈 공간의 동료에게 찬스를 열어준다.

양동근과 함지훈이 등장한지 한참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2의 그들은 나오지않고 있다. 양동근같은 특징을 가진 선수는 무척 많다. 최근처럼 듀얼가드가 다수인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의 뒤를 따르기 위해서는 에이스급 공격력에, 수비에서도 동포지션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과 에너지 레벨을 보여줘야한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정상급 1번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늘 신인인 듯한 자기 관리와 부지런함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제2의 이상민, 김승현보다 더 나오기 힘들다’는 평가가 따라붙기도 한다.

어렵기는 함지훈 역시 마찬가지다. 함지훈처럼 애매한 신장에 운동능력, 기동성 등에서 특별할 것 없는 빅맨 자원은 차고넘친다. 하지만 그런 선수 중 누구도 함지훈처럼 국내 최상위 빅맨으로 도약한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롱런이라는 점을 뺀다해도 잠깐의 활약상 조차 쉬이 떠오르지않는다. 그런 선수들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롤모델이 너무 사기적이다.

앞서 언급한데로 양동근은 자신의 모든 시절을 바쳤던 곳에서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시기의 문제일 뿐 감독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함지훈같은 경우 나이를 먹을수록 노련미를 더해가며 여전히 팀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활약중이다. 언제까지 현역을 이어갈지 모르지만 매경기가 큰 길이 되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것을 발전시켜 성공에 이른 둘의 행보는 두고두고 회자될 모범사례가 아닐 수 없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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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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