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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vs김상식, 흥미진진 인삼스토리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2. 11. 2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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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vs김상식, 흥미진진 인삼스토리

기사입력 2022.11.25. 오전 09:43 최종수정 2022.11.25. 오전 09:43

KBL은 두텁지않은 선수층, 샐러리캡 제도, 외국인선수 변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한창 잘나가던 팀이라도 주축선수들의 노쇠화나 이적 등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암흑기 혹은 조정기라는 기간을 거치게된다. 기존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루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으나 현실은 쉽지않다.

그런점에서 안양 KGC 인삼공사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모범사례에 가까운 팀으로 꼽히고 있다. 김태술, 박찬희, 이정현, 이재도 등 전성기를 함께했던 상당수 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는 와중에서도 꾸준히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의 수준을 넘어 계속해서 대체자가 등장하는 화수분 농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 인삼신기 시절에 이어 최근 잘나가는 KGC를 얘기하려면 기존 김승기 감독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전해 감독대행을 거쳐 2016년부터 정식감독으로서 지휘봉을 잡은 그는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 1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 준우승 1회라는 빼어난 성적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전천후 듀얼가드 변준형, 명품 수비수 문성곤, 리그 최고 3점슈터 전성현 등을 키워내며 매해 강팀으로서의 초석을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본인만의 전략‧전술 고집, 필터링없는 직설화법 등으로 인해 적지않은 안티팬을 만들어냈지만 반대로 김승기식 상남자 행보를 좋아하는 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무엇보다 성적으로서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능력만큼은 안티팬, 열성팬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김감독은 승부사 기질이 강한 캐릭터다. 어설프게 양쪽에 추를 걸쳐 놓기보다 확실하게 한쪽으로 옮겨가 승부를 거는 것을 좋아한다. 성공한다면 더없이 많은 박수를 받겠지만 아닐 경우 비난에 시달릴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이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결과가 더 많았다. 스틸과 압박 위주의 수비 등도 체력 문제, 이후의 대처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현재는 거기에 대한 지적이 사라지다시피한 상태다. 언제 또 수면 위로 올라올지는 알 수 없겠으나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지 오래다.

보통 이정도로 능력과 캐릭터를 갖춘 감독은 해당 팀과 장기계약으로 묶여 오랫동안 동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태여 잘나가는 팀을 흔들 필요도 없거니와 그정도 되면 해당팀 팬들에게도 어지간한 팀내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성적, 팀 이미지 등 무조건 함께 가는 쪽이 이익이 많다.

하지만 놀랍게도 여전히 전성기가 오래 남아있을 1972년생 명장은 본인이 일궈놓은 기름진 인삼밭을 놓아두고 신생팀 고양 캐롯으로 떠나고 말았다. 처음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팀을 옮긴줄만 알았으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후 김감독이 스스로 밝혔다시피 팀은 좋은 성적을 낸 사령탑에 대해 박하게 대우했고 적극적으로 붙잡으려는 의사 또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첫 번째 선택지를 잔류로 생각했던 김감독은 이내 두 번째 선택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이런저런 불만이 쌓여있던터인지라 캐롯 감독 신분으로 친정팀과 첫 시합을 펼친 얼마전 다소 높은 수위의 말까지 쏟아내며 여전히 감정이 좋지않음을 드러냈다. 불만이 있어도 일단은 끙끙 눌러참는 대다수 감독과 달리 자기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어쩌면 김감독의 이런 담대함이 현재의 성공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른다.

김감독이 이처럼 당당할 수 있는 배경에는 캐롯에 가서도 여전히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부분도 크다는 분석이다. KBL에서 한획을 그었던 명장들도 팀을 옮겨서까지 이름값을 보여줬던 케이스는 극히 적다. 시즌초이기는 하지만 김감독의 캐롯은 신생팀의 한계를 딛고 9승 4패(승률 0.692)로 2위에 올라있다. 잠깐이지만 1위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고는 강하지만 사용법이 매우 어려운 이대성을 현금트레이드로 한국가스공사로 보낸후 FA시장에서 KGC시절 자신의 애제자였던 전성현을 데려왔다. 거기에 기존 팀내 최고 유망주 이정현을 성장시키면서 어느 팀과도 해볼만한 강력한 앞선을 구축했다. 각선수의 특징에 맞게 맞춤형 플레이를 만들어주는데도 능해,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KGC의 행보도 화제다. 최근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던 감독이 떠난 것을 비롯 외곽에이스 전성현까지 팀을 옮겼다는 점에서 고전이 예상됐다. 어쩌면 당연한 예상이었으나 현재 KGC는 1위(11승 3패)에 올라서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별다른 위기없이 꾸준한 경기력으로 순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력의 안정성이 느껴진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령탑으로온 김상식 감독의 공이 크다. 일각에서는 다른 감독이 와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팀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도 하지만 자칫 흔들릴 수도 있는 팀을 바로잡고 끌고 나가는 것도 능력이다. 거기에 기존 틀을 깨지않고 자신의 농구를 심어나가는 부분도 인상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김승기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팀을 이끌어 갔다면 김상식 감독은 자율농구를 추구하고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지시하기보다는 이른바 맥만 짚어주면서 선수들끼리 스스로 소통하게 하는 등의 모습은 기존 KGC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거기에는 양희종, 오세근 등 노련한 고참급 선수들의 존재도 크겠지만 그런 것을 알아보고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젊은 선수 위주의 팀이었다면 다른 방식을 혼용했을 것이 분명하다.

다수의 감독과 감독대행 등을 통한 풍부한 경험이 강점인 김상식 감독은 예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는데 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단에서도 이런 점을 높이 사서 김승기 감독의 빈자리를 맡겼는데 현재까지는 서로간 완벽한 윈윈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전성현의 빈자리가 크기는 하지만 배병준 등 새로운 전력을 키워내는 방식으로 최소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쿼터를 통해 들어온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24‧188cm)가 팀에 적응을 마쳐감에 따라 KGC의 전력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게 됐다. 공격적인 부분에서야 전성현에 미치지못하겠지만 수비수로서의 잠재력이 큰 선수인지라 기존 문성곤과 합이 제대로 맞기 시작하면 KGC의 성벽은 누구도 뚫어내기 쉽지않아질 전망이다.

떠난자와 새로이 들어온 자가 모두 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현재 KGC의 전,현 감독은 거기에 딱 들어맞게 나란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때문에 잠시라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둘의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대결에서는 김승기 감독의 작심발언에도 불구하고 승리는 KGC가 가져갔다.

때문에 오늘 있을 2차전에 더욱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김승기 감독 입장에서 KGC에게 연달아 패하는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반면 김상식 감독으로서는 현재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전임감독과의 정면승부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이래저래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이다. 스토리가 많지않은 KBL에서는 가뭄속 단비같은 이슈가 아닐 수 없다. 팬들도 뜨거운 관심으로 호응해줄 필요가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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