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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거침없는 발언까지, 상남자 감독 김승기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3. 9. 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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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거침없는 발언까지, 상남자 감독 김승기

기사입력 2023.09.21. 오후 06:37 최종수정 2023.09.21. 오후 06:37

 

국내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다.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김승기(51‧182cm) 감독에 대한 많은 이들의 평가다. 부정적인 의미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좋은 뜻이 더 많은 듯 하다. 능력 좋은 지도자다는 부분은 검증에 검증까지 끝난 부분이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국내 최고의 명장중 한명이다.

거기에 더해 팬은 물론 언론까지 만족시켜주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로 통하고 있다. 단순 명쾌하게 상황을 설명해주는 능력이 좋은 것을 비롯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할말은 하는 성격이다. 그 과정에서 상황에 딱 들어맞는 특유의 은유적인 표현이나 유머스런 화법을 더해 듣는 사람이 알아듣기 쉽고 부담스럽지 않게 한다.

NBA에서는 은퇴한 농구인들이 다양한 입담을 통해 화제가 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독설, 비하인드스토리는 물론 전 현직 선수 평가까지 그야말로 다양한데 그 과정에서 현역 선수 및 지도자 그리고 팬들과의 또 다른 다리가 연결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KBL에서는 왜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까?

‘어허! 큰일나요. 큰일나. 말은 칼이에요. 무조건 아껴야 맞습니다. 농담이라도 한번 잘못하면 뭇매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대부분 농구인들은 거기에 대해 후폭풍을 언급한다. 구태여 해외 농구인들처럼 강력한 수위의 독설은 논외로 친다해도(국내 정서상 익숙하지도 않고,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도 거의 없을 것이다) 별뜻 없이 내뱉은 한마디에 나도 생각하지 못한 의미가 주렁주렁 붙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팀의 주전급 선수로 10년 이상 활약하다 은퇴한 K씨는 “NBA같은 경우 포지션별 줄 세우기 및 전 현직 선수에 대한 평가가 무척 활발하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이 끊임없이 오가며 흥미를 유발시킨다.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 선후배간 관계가 있는지라 선배를 함부로 평가하면 버릇없는 사람이 되거니와 후배가 더 잘했어도 그 위에 놓기가 어렵다. 거기에 각 대학끼리의 자존심 싸움도 있는지라 직속 선배를 놔두고 경쟁 학교 레전드를 띄우면 곤란하다. 결론은 솔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팬들의 반응도 두렵다. 혹시라도 누구에 대한 평가를 하면 누가 누구를 평가하냐? 너는 선수 시절 그만큼 못했지 않느냐며 비난이 날아오기 일쑤다. 혹시라도 누군가를 평가할 때 칭찬 위주로 모범답안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종 SNS나 커뮤니티가 워낙 잘되어있는 시대다. 5명 정도만 모여 일관된 의견으로 한 사람을 몰아붙이면 말 그래도 당장 묻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며 솔직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준수한 선수 시절을 거쳐 지도자로도 오랜 시간 롱런하고 있는 모 농구인 또한 “원래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편이었지만 프로에서 지도자 생활을 거치면서 더욱 심해졌다. 성적이 안 나오던 시절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심장부터 뛰었다. 거기에 더해 당시에는 스포츠 기사에 댓글이 달리던 시절인지라 팬들의 비난이 바로바로 들어왔다. 매일 매일이 힘들었고 경기를 지휘하는데도 부담스러웠는데 지금도 상당 부분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본인에 대한 인터뷰 당시에도 최대한 자신을 낮추면서 말을 했고 이후에도 타인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거듭 순화해달라고(사실 순화할 내용도 없었다) 요청한 것을 비롯 특정 부분은 지워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모든 것의 초점이 나쁜 소리는 듣기 싫다에 집중된 듯 보였다.

김감독은 다르다. 앞서 언급한데로 할말이 있으면하고 내지를 때는 내질러버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농구인이다. 센스와 위트까지 상당한지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계속해서 기삿거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특유의 입담은 안양에서 고양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대로 터졌다.

고양 사령탑으로 안양과의 첫 맞대결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난 잘렸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진 것을 비롯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 소속 구단이) 그 흔한 홍삼 음료 하나도 주지 않고 거지 같다"고 특유의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때문에 고양과 안양은 전력차이에도 불구하고 경기 때마다 라이벌 비슷한 구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김감독 특유의 신념도 담겨있다. 그는 “감독들이 좀더 오버해서라도 이슈를 만들어내야 팬들도 더 관심을 가지고 농구 인기가 올라가지 않겠냐. 그러다가 욕먹는 것은 상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쁜 쪽으로의 이슈만 아니면 선을 넘지 않는 차원에서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최근에는 DB를 물고 늘어졌다(?). 디드릭 로슨(25‧201cm) 재계약건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로슨과 재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일로 신경쓰지 못할때 DB에서 선수를 쳤다.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에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시즌 첫 경기인 DB전은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 덕분에 소노와 DB전은 주목할 부분이 하나 더 생긴 상황이다.

이에 팬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일색이다. 김감독이 말은 호기롭게 했지만 로슨과 DB구단에 대한 나쁜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저런 아쉬움이 있지만 경기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을 뿐이다. 팬들을 좀더 재미있게 해주려는 노력도 느껴진다. 상남자 감독 김승기의 다음 시즌도 뜨거울 듯 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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