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한 빅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블레이크 그리핀(35‧204.5cm)이 은퇴한다. 그리핀은 1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현역은퇴를 발표한 것을 비롯 현지내 여러 언론들도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클라호마대 출신의 그리핀은 2009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LA 클리퍼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당시 드래프트는 출중한 가드가 많이 배출된 것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하든(3순위)을 필두로 타이릭 에반스(4순위), 리키 루비오(5순위), 조니 플린(6순위), 스테판 커리(7순위), 브랜든 제닝스(10순위), 터렌스 윌리엄스(11순위), 제럴드 헨더슨(12순위) 등 3순위에서 12순위 중 조던 힐, 더마 드로잔(9순위)을 빼고는 모두 가드가 지명받았다.
드로잔 또한 지금은 스몰포워드가 더 익숙하지만 당시만해도 가드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전급 재능을 가진 빅맨의 가치는 타 포지션과 비교가 안된다. 클리퍼스 뿐 아니라 다른 어떤 팀도 당시에 지명권을 가지고있었더라면 열에 아홉은 그리핀을 지명했을 공산이 크다.
대학 2년차에 평균 22.7득점, 14.4리바운드, 2.3어시스트, 필드골성공률 64.6%의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대학 무대 올해의 선수상 6개를 싹쓸이한 괴물 루키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드래프트를 신청했음에도 그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고 역대급 선수중 한명으로 성장할 것이다는 평가까지 일찌감치 터져나왔다.
이후 클리퍼스를 비롯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브루클린 네츠, 셀틱스에서 뛰며 적지않은 시간 동안 코트를 누볐는데 롱런보다는 특정한 기간 동안 강한 임팩트를 남긴 플레이어로 기억될 듯 싶다. 그리핀을 대표하는 이미지중 하나는 짐승 덩커다. 숀 켐프,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등이 그랬듯 운동능력이 살아있던 시절의 그는 흡사 한마리 야수같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속공 상황에서 동료가 올려준 공을 한손으로 잡아 무지막지한 원핸드 슬램덩크를 꽂아넣는 등 틈만나면 덩크슛을 찍어댔다. 운동능력에 더해 파워, 저돌성 등이 돋보였다. 본인이 챔피언을먹었던 2011년 올스타전 덩크슛 컨테스트에서는 기아 K5를 뛰어넘는 덩크슛을 선보이기도 했다.
점프가 아주 높거나 특별한 동선이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자동차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이도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었다. 낯선 장애물이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의식한 채 공중에서 볼을 잡아 림위에 꽂아넣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아에서는 해당 실제 장면을 슬로우비디오로 조정해 북미시장 광고로 활용한바 있다.
한창 때에도 그리핀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일단 빅맨의 기본 덕목인 골밑 득점과 리바운드는 확실했다. 다소 무식해보일 만큼 포스트인근에서 들이대는 파워풀한 플레이를 선호했지만 볼핸들링이 나쁘지않고 패싱능력까지 갖추고있던지라 다양한 형태로 골밑에서 공헌했다.
림어택 위주로 공격을 쏟아붓는 유형임에도 수비하는 입장에서 막아내기 쉽지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본인이 공을 어느 정도 충분히 만지면서 플레이를 해야 효율이 나왔던지라 시대가 요구하는 빅맨과는 거리가 조금 있었다. 2010년 이후에는 리그 트랜드의 변화가 가속화되며 볼 터치를 적게 가져가면서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고 슈팅력까지 갖춰 원거리에서도 득점을 수월하게 올릴 수 있는 이른바 스트레치형 빅맨이 선호됐다.
그리핀은 그같은 유형과는 거리가 있었고 때문에 사용법에 있어서 장단점이 뚜렷했다. 물론 샤킬 오닐 등처럼 압도적인 파워로 이른바 골밑을 씹어먹어버리면 트랜드고 뭐고 필요가 없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주로 파워 포워드로 뛰었지만 신장 특히 윙스팬에서 약점이 있었던지라 잘하기는 하지만 트랜드를 역행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마저도 부상이 겹치고 운동능력이 저하되면서 가치가 뚝 떨어지게 된다. 그리핀 자신도 살아남기위해 외곽플레이에 신경을 썼지만 본래 그런 방식에 익숙한 선수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슈팅에 있어서 한계가 명확했던지라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플레이어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저니맨으로 여기저기를 떠돌 때도 특유의 리더십 만큼은 인정받고 있었다.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보스턴 셀틱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벤치에서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부탁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그리핀은 가족들과 함께 쉬고싶다며 이를 거절했고 특별한 소식없이 지내다가 최근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전성기는 길지않았지만 굵은 임팩트로 한때를 풍미한 짐승 덩커를 팬들은 잊지못할 것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나이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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