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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요키치? 실제로는 빠른 이유

농구/NBA

by 김종수(바람날개) 2024. 4. 1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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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요키치? 실제로는 빠른 이유

기사입력 2024.04.12. 오후 03:13 최종수정 2024.04.12. 오후 03:13

스포츠 쪽에서 일가를 이룬 선수 중에서는 언뜻 느껴지는 이미지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이저리그 투수 레전드인 그렉 매덕스(58‧183cm)다. 그는 직구 평균 구속이 83.7마일(약 시속 135km)대에 불과했다. 150km가 넘어가는 강속구도 뻥뻥 맞아가는 무대가 메이저리그임을 감안했을 때 살아남는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데뷔를 했을까?'싶을 정도다.

하지만 다들 잘 알고 있다시피 매덕스는 단순히 해당리그에서 뛴것이 아닌 오랜시간 동안 정상권에서 롱런했고 현재는 역대 최고 투수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컨트롤의 마법사라는 애칭이 따라붙을 정도의 엄청난 제구력에 경기 운영, 수비능력 등을 과시했다. 그런 매덕스인지라 이른바 파워피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실상은 누구보다도 마운드에서 공격적으로 타자들을 밀어붙이던 투수가 매덕스였다. 구속만 느릴 뿐 피해가는것 없이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며 타자들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매덕스하면 제구만 좋은게 아닌 정면 승부다는 인식이 강해 타자들도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와 동시대에서 경쟁했던 다수의 타자들은 매덕스에게 파워피처라는 말을 서슴치않고 썼다.

‘라이언 킹’ 이승엽과 ‘헤라클레스’ 심정수는 한시대를 풍미한 거포 라이벌이었다. 흔히들 심정수하면 파워 스윙, 이승엽하면 스피드한 스윙을 떠오르는 이들도 많다. 실상은 달랐다. 심정수는 본인의 입장에서 살짝 가볍다 싶은 배트를 들고 빠르게 공을 후려쳐서 홈런을 만들어냈다.

반면 이승엽은 본인 체격에 비해 크고 무거운 방망이를 선호했다. 배트에 힘을 전달하는 능력이 워낙 좋았던지라 살짝 늦게 맞았다싶은 순간에도 예상치못한 비거리를 만들어내며 담장을넘기기 일쑤였다. 물론 둘다 거포였던지라 파워, 스피드를 겸비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둘의 스윙만 놓고 비교하자면 힘의 심정수와 스피드의 이승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현 NBA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니콜라 요키치(29‧211cm) 또한 그렇다. 요키치의 운동능력, 스피드 등은 NBA 기준에서 평균이하다. 빅맨의 신장으로 스윙맨처럼 뛰고 달리는 짐승같은 운동능력 괴물이 즐비한 가운데서 그들과의 비교는 차치하고 중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키치는 현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제2의 올라주원'으로 불리는 야수 센터 조엘 엠비드(30‧213cm), 사보니스 부자의 전설을 이어가고 있는 도만타스 사보니스(28‧211cm), 백인 르브론 제임스 루카 돈치치(25‧201cm), 훗날 역대 파워포워드 랭킹이 궁금해지는 야니스 아데토쿤보(30‧211cm) 등 엄청난 선수들이 전국시대를 만들어가는 형국이지만 끝판왕을 꼽으라면 단연 그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되고 위로 올라가는게 맞다.

운동능력, 기동성 등은 분명 하위권이지만 파워는 동포지션 센터들 중에서도 윗급에 속하며 탄탄한 기본기에 더해 다양한 스킬까지 장착하고 있어 상대가 누구든 매치업에서 밀리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거기에 슈팅능력이 워낙 좋아 포스트 인근에서의 득점은 물론 미드레인지, 3점슛까지 거리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득점이 가능하다.

물론 모두가 인정하는 요키치의 최고 능력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다. 역대로 패싱센스가 좋은 센터를 둔 팀은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일쑤였다. 단순히 패스가 좋아서가 아니다. 패스를 잘한다는 것은 경기를 읽는 눈, BQ가 나쁘지않다는 것으로 그만큼 좋은 빅맨이라는 의미가 된다. 단연히 그런 선수가 센터로 있다면 성적이 날 수밖에 없다.

실업농구 시절 한국은행에서 센터로 활약했던 윤진구(67‧192cm) KBL 패밀리 부회장은 “힘과 높이에서 정말 괴물이 아닌 이상 센터는 늘 패싱게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농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팀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골밑플레이 와중에도 비어있는 동료들이 있는지 살필 수 있는 시야와 보였다 싶은 순간 바로 빼줄 수 있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플레이는 동료들은 물론 자신을 향한 수비도 어렵게 할 수 있어 팀과 나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요키치는 패싱플레이의 끝판왕이다. 시야가 넓고 패스를 잘주는 빅맨을 컨트롤타워라고 표현하는데 그러한 유형 중에서 현역 최고 아니 역대 최고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터의 신체를 가진 퓨어포인트가드다’는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멤버들 한명한명만 보면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덴버 너게츠가 서부 컨퍼런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배경에는 요키치의 공헌도가 절대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키치는 평균 이하 운동능력, 기동력 등으로 인해 빠른 농구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아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않다. 공을 가지고 달리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을수 있겠으나 순간적인 움직임과 판단력은 빠르다. 더욱이 볼을 자주 만지면서도 오래 가지고 있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빨리빨리 공을 돌려주며 팀 전체에 스피드를 불어넣어준다. 실제로 덴버의 경기를 보면 에너지 레벨과 스피드는 어느 팀에게도 뒤떨어지지않는다. 느린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빠른 요키치의 위엄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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