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피닉스, 폴과 부커 시대에 우승 가능?
기사입력 2022.12.09. 오전 07:31 최종수정 2022.12.09. 오전 07:31
피닉스 선즈는 NBA에서 알아주는 전통의 명가 중 하나다. 1968년 창단한 이래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연고지를 지키고 있으며 수많은 명승부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그런만큼 한시대를 빛난 스타 플레이어도 적지않다. 딕 밴 아스데일은 초창기 선즈 최고의 스타로 쌍둥이 형제중 동생으로 유명했다. 월터 데이비스는 마이클 조던 이전 노스캐롤라이나대가 낳은 최고의 슬래셔형 스윙맨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백투백 MVP에 빛나는 스티브 내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역대 최고 백인 가드 중 한명이다.
그 외…, 폭발적인 득점력이 돋보였던 톰 체임버스, 꾸준함을 통해 오랜시간 팀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앨반 애덤스, 화려한 플레이가 돋보였던 코니 호킨스, 이전 소속팀에서는 그저 그런선수였다가 선즈에서 잠재력이 폭발하며 팀을 파이널 무대까지 올려놓았던 폴 웨스트팔까지 선즈에서 역사를 써내려간 선수들의 면면은 대단하기 이를데없다.
특히 많은 팬들에게 기억되는 선수로는 1990년대 초반 선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찰스 바클리, 케빈 존슨, 댄 멀리 트리오를 꼽을 수 있다. 언더사이즈 빅맨이었던 바클리는 조던이 명성을 떨치던 전성기 시절 그의 유일한 라이벌로 불렸다. 신장은 크지않지만 엄청난 파워와 운동능력으로 제공권을 장악했고 테크닉, 센스 역시 동포지션 선수중에서 탑급으로 불렸다. 사실상 4시즌 밖에 뛰지 않았지만 MVP, 파이널 진출 등 많은 것을 이뤄냈던지라 선즈 이미지가 강하다.
존슨은 에너지가 넘치는 공격형 가드였다. 신장(185cm)은 크지 않았으나 장신 숲을 뚫고 들어가 슬램덩크를 꽂아넣을 정도로 탄력이 좋았으며 스피드를 바탕으로한 골밑 마무리가 탁월했다. 거기에 더해 미들슛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패싱능력 또한 일품이었던지라 바클리와 함께 환상의 파트너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처럼 공간 활용, 3점슛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한팀이 강해지려면 외곽에서 확실한 저격수 역할을 해줄 슈터는 무조건 필요하다. 바클리, 존슨의 옆에도 그런 슈터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백인 슈터 댄 멀리다. '드림팀2'로 불린 1994년 세계선수권대회의 대표팀 멤버로도 뽑힌 적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정적인 슈팅과 경기 흐름을 읽는 센스가 좋은 선수였다.
바클리, 존슨, 멀리는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1992~93시즌 팀을 파이널까지 진출시킨다. 상대는 조던의 시카고 불스였지만 밀리지않고 대등하게 싸운다. 그런 가운데 6차전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불스 백업 멤버 존 팩슨의 역전 3점슛이 터지며 아쉽게 고배를 마시고 만다. 불스의 깜짝 3점슛하면 2차 왕조 때의 스티브 커를 떠오르는 이들이 많겠으나 1차 왕조 당시 팩슨 또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이른바 원조였다.
조던을 상대로도 분전한 바클리, 존슨, 멀리 등으로 인해 선즈는 국내에서도 인기팀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한다. 선즈는 아쉽게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이미지만 남긴 채 아직까지 단 한번의 파이널 우승도 기록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컨퍼런스 우승 3회, 디비전 우승 8회로 강호의 명성은 이어가고 있으나 3번이나 파이널에 진출해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한으로 남아있다.
만약 이후 누군가가 우승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견의 여지가 없는 선즈 역사상 최고의 스타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이 그 기회이기는 하다. 크리스 폴(37‧183cm), 데빈 부커(26‧ 196cm)라는 리그 최상급 1,2번 라인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급 1번으로 꼽히는 베테랑 가드 폴과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돌격대장 부커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왕조로 이끈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같이 위력적인 시너지를 내며 우승까지 내달리는 것이 팀에서 원하는 시나리오다. 거기에 2018 NBA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출신 디안드레 에이튼(24‧211cm)이 준수함을 넘어 당초 기대치에 걸맞는 빅맨으로 성장해준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현재 피닉스는 서부 컨퍼런스 2위를 차지했던 2020~21시즌을 기점으로 강팀으로서의 기틀이 제대로 갖춰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지난 시즌에는 동서부 포함 전체 승률 1위의 위용을 뽐내기도 했는데 2위 멤피스와 무려 8게임이나 승차가 났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올시즌 또한 폴의 부상 결장 등 악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6승 9패(승률 0.640)로 서부컨퍼런스 2위에 위치하고 있다. 선두 뉴올리언스와는 반게임차밖에 나지않는지라 사실상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핫 루머와 미담소식이 연달아 터져나오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폴은 모델겸 사업가 킴 카다사안과의 스캔들 루머에 휩싸인 상태다. 그녀의 전남편인 래퍼 칸예 웨스트가 폴이 자신의 전처와 바람을 폈다고 폭로한 것이다. 평소 사생활 논란이 거의 없던 폴이었던지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데 사실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팀내 빅맨 비스맥 비욤보(30‧206cm)는 지난 시즌에 받은 연봉 전액을 자국 콩고의 병원 설립을 위해 기부하면서 주변의 귀감을 샀다.
노장 폴 입장에서 피닉스는 사실상 자신의 커리어를 결정지을 마지막 무대다. 올시즌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에 이어 NBA 역사상 3번째로 1만 1,000개 어시스트 고지를 밟으며 역사에 남을 기록을 써냈다. 스탁턴까지는 힘들겠지만 향후 활약에 따라 2위까지도 노려볼만하다. 문제는 우승 기록이다.
폴은 천재 포인트가드라는 명성이 무색할만큼 아직까지 단 한번의 우승도 경험하지 못했다. 피닉스 이전 4개 팀을 거쳤으며 그 가운데 우승권에 다가간 순간도 몇 차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조금씩 모자랐다. 과거 레전드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고 엄청난 기록을 남겼어도 우승반지가 없으면 평가절하 받기 일쑤다.
폴같이 한시대를 풍미한 가드는 우승 여부에 따라 역대 순위가 파도를 칠 공산이 크다. 어쨌거나 무관의 폴이 무관의 팀 피닉스를 우승으로 이끈다면 그것만으로도 역사에 남을 감동 스토리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껏 선수 생활을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할 날이 많은 젊은 부커 입장에서는 무관에 대한 부담은 적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그 이상으로 뛰어난 기량을 갖췄음에도 끝내 우승반지를 끼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소속팀 피닉스 역시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폴같은 노련한 베테랑이 함께 할 때 우승에 함께 도전하는 것이 맞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릴 수 있다면 이후 행보도 부담없이 가져가며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도 높다. 오랜시간 동안 우승에 목말라온 피닉스에 폴과 부커 조합이 마지막 퍼즐이 되어줄지 기대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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