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치치vs아데토쿤보, 동유럽 전사와 흑룡의 대결
기사입력 2022.12.09. 오후 03:01 최종수정 2022.12.09. 오후 03:01
최근 NBA 트랜드중 하나는 비 미국인 출신 선수들의 급부상이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는 NBA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심에서 리그를 이끄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인 선수들이었다. 비 미국인선수들의 입성은 꾸준히 늘었으나 역대로 살펴봐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고 할만한 선수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시카고 불스 왕조의 키 식스맨으로 활약했던 토니 쿠코치(크로아티아), 레이커스의 한시대를 이끌었던 블라디 디박과 장신 슈터의 매서움을 과시했던 페자 스토야코비치(이상 세르비아), 백투백 MVP에 빛나는 스티브 내시(캐나다), 독일병정 계보를 이어간 데틀레프 슈렘프, 덕 노비츠키(이상 독일), 좀더 일찍 리그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아비다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중국), 샌안토니오 전성기의 주역 토니 파커(프랑스)와 마누 지노빌리(아르헨티나), 뛰어난 BQ와 다재다능함을 자랑했던 유러피언 정통 빅맨 파우 가솔(스페인) 등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일부 미국으로 귀화한 선수들도 있지만 그 숫자를 합쳐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여전히 미국이 한차원 높은 농구 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나라들도 꾸준히 실력이 상승하면서 그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이를 입증하듯 슬로베니아 루카 돈치치(23‧201cm), 세르비아 니콜라 요키치(27‧211cm), 카메룬 조엘 엠비드(28‧ 213cm), 그리스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3cm) 등 다양한 나라에서 태어난 비미국인 출신 선수들이 NBA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18~19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시즌 연속으로 비 미국인 출신들이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다.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유망주를 가리는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앤서니 베넷(캐나다), 앤드류 위긴스(캐나다), 칼앤서니 타운스(도미니카), 벤 시몬스(호주), 디안드레 에이튼(바하마)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전체 1순위로 속속 뽑히고 있다. 다음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유력한 빅터 웸반야마(18‧223cm) 역시 프랑스 국적이다.
올시즌 또한 MVP는 비 미국인 출신 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중에서도 돈치치는 생애 첫 MVP를 노려볼 만큼 초반 페이스가 좋다. 23경기에서 평균 32.9득점(전체 1위), 8.7어시스트, 8.6리바운드, 1.7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미 두차례 수상한바 있는 아데토쿤보 또한 유력한 후보다. 20경기에서 평균 32.1득점(2위)을 올리며 돈치치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을 비롯 5.6어시스트, 11.1리바운드, 1블록슛으로 여전한 괴력을 발휘중이다.
물론 MVP는 단순히 개인 기록만으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 말도 안되는 수치로 경쟁자들을 압도하지 않는 이상 팀 성적이 중요하다. 해당 성적이 팀 순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증명해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돈치치의 댈러스 매버릭스는 13승 11패(승률 0.542)로 서부 컨퍼런스 7위, 아데토쿤보의 밀워키 벅스는 18승 6패(승률 0.750)로 동부컨퍼런스 2위를 달리고 있다. 만약 해당 순위가 시즌 막판까지 유지된다면 돈치치의 기록이 더 좋더라도 아데토쿤보에게 수상이 돌아갈 공산도 적지않다.
그런 점에서 10일 있을 양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1승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깊은 임팩트를 남길 수도 있는 승부다.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파이서브 포럼에서 지난달 28일 펼쳐졌던 맞대결에서는 30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한 아데토쿤보, 25득점, 5어시스트를 올린 그레이슨 앨런을 앞세운 밀워키가 승리한 바 있다.
돈치치는 당시 경기에서 27득점, 12어시스트로 괜찮은 성적을 올렸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홈에서 펼치지는 이번 경기까지 내준다면 아데토쿤보에게 약하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비슷한 레벨의 특급 플레이어들끼리는 맞대결 결과가 이후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비록 정규리그지만 플레이오프 이상의 집중력이 발휘될 수도 있는 이유다.
최근 댈러스는 뉴욕, 피닉스, 덴버를 차례로 연파하며 3연승에 성공했다. 3연승 기간 중 평균 28.3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한 돈치치가 에이스로서의 존재감을 뽐낸 가운데 팀 하더웨이 주니어(30‧198cm)의 외곽 지원 역시 빛났다. 드리블 마스터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팀 하더웨이의 아들인 그는 연승기간 동안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3점슛 19개를 성공시키며 댈러스 외곽을 책임졌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성공률이 무려 60%가 넘었다는 사실이다. 양과 질적으로 최고의 슈터 역할을 했는데 밀워키 전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돈치치는 더더욱 펄펄 날 수 있다. 볼을 오래 소유하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의 경우 외곽지원이 확실히 이뤄질 경우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홈 구장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에서 10승 3패로 성적이 좋았다는 점도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밀워키 또한 분위기는 좋다. 샬럿, 올랜도, 새크라멘토를 차례로 제압하며 3연승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8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기록한 아데토쿤보는 엄청난 몰아치기를 통해 득점 1위 돈치치를 맹추격 중이다. 크리스 미들턴(31‧201cm)이 부상 복귀 이후 야투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고, 브룩 로페즈(34‧213cm)와 즈루 홀리데이(32‧191cm) 또한 공수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과시중이다.
다양한 무기로 무장한 동유럽 전사와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불을 뿜어대는 그리스산 흑룡의 대결간 승자는 누가 될까. 개인 타이틀은 물론 팀 성적까지 걸려있는 진검승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양팀의 경기는 10일 토요일 낮 12시부터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생중계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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