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을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보스턴 셀틱스와 LA 레이커스를 언급할 것이다. 각각 동부 컨퍼런스와 서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셀틱스와 레이커스의 경쟁 관계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1959년 NBA 파이널 당시 빌 러셀, 밥 쿠지를 앞세운 셀틱스가 미네소타 레이커스(LA 레이커스의 전신)를 상대로 첫 번째 챔피언십을 획득하며 명문의 출발을 알렸다.
1984년까지는 셀틱스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파이널에서 8번을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경쟁구도가 치열했던 것은 맞지만 라이벌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앞서나가는 모습이었다. 이후 매직 존슨의 등장과 함께 레이커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1985년 4승 2패로 셀틱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며 지긋지긋했던 8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물론 파이널에서 연달아 맞붙었다는 것은 셀틱스 역시 전력이 강했다는 반증이다. 레이커스에 매직이 있었다면 셀틱스에는 래리 버드가 존재했다. 매직은 NBA 역사 전체를 놓고봐도 매우 유니크한 플레이어였다. 206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드리블과 노룩패스 등을 앞세워 전방위로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장신 포인트가드였다.
동 포지션에서는 누구와 맞붙어도 미스매치를 만들어버렸다.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패스는 레이커스의 화력을 끝없이 올려주었고 언제부터인가 '쇼타임'이라는 단어가 함께했다. 셀틱스도 만만치 않았다. 버드는 백인이었다. 이전까지 백인 플레이어는 흑인 스타들의 뒤를 받쳐주는 조연의 성격이 강했다.
버드는 달랐다. 흑인들처럼 빨리 달리고 높이 뛰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농구센스와 투지를 앞세워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명으로 군림했다. 당대 최고의 선수인 매직도 기꺼이 자신의 라이벌로 인정할 만큼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였다. 존슨과 버드는 각각 자신의 소속팀에 5회, 3회의 파이널 우승을 안겼다.
그렇게 두팀은 지금까지 파이널에서만 12차례 격돌했는데 이는 미 스포츠에서 특정팀이 챔피언십에서 맞붙은 최다기록이다. 2008년과 2010년, 고 코비 브라이언트와 케빈 가넷을 앞세워 파이널에서 한차례씩 우승을 주고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정상 격전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파이널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두팀 모두 자신이 속한 컨퍼런스를 제패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서로간 전성기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파이널 우승 횟수 역시 나란히 17번씩(역대 공동 1위) 기록하고 있다. 최근 기세는 셀틱스가 압도적이다. 레이커스 같은 경우 ‘킹’ 르브론 제임스(39‧206cm)와 ‘슈퍼갈매기’ 앤서니 데이비스(31‧208cm)의 이름값 높은 원투펀치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스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결장이 잦고 르브론은 많은 나이로 인해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태다. 반면 셀틱스는 공수겸장 양날개 제이슨 테이텀(26‧203cm)과 제일런 브라운(28‧196.2cm)이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즈루 할러데이(34‧191cm)라는 단단한 자물쇠까지 새로 얻었다.
이를 입증하듯 셀틱스는 37승 11패(승률 0.771)로 동부 컨퍼런스는 물론 양대리그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레이커스는 24승 25패(승률 0.490)로 서부 컨퍼런스 9위에 위치해 있다. 12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까지 승차가 1.5게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지라 연승과 연패 여부에 따라 순위가 확 바뀔수도 있어 매경기 살얼음 승부를 펼치고있는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 근 1년만에 레이커스와 셀틱스가 만난다. 오늘 보스턴의 홈 구장 TD 가든에서 있을 맞대결이 바로 그 무대로, 오랜만에 성사된 라이벌 매치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성적만 놓고보면 전력적인 면에서 셀틱스가 앞서있는 것이 맞다. 보스턴은 시즌 홈 24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2패만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라이벌 매치의 매력은 해당팀들의 격돌시 객관적 전력차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지난해 1월 TD 가든에서 있었다. 당시 4쿼터 종료 직전 105대 105 접전 상황에서 레이업을 시도한 르브론의 팔을 테이텀이 쳤지만, 아쉽게도 파울이 불리지 않았다.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셀틱스가 승리를 가져간 바 있다. 당시 억울함에 분노했던 르브론은 1년여 만에 설욕의 기회를 잡았다. 현재 르브론은 전인미답의 40,000득점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통산 39,747점을 기록 중인지라 그야말로 매 경기가 주목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물론 르브론이 아무리 잘해도 혼자 날아서는 셀틱스를 꺾기 힘들다. 데이비스가 함께 잘해줘야 한다. 직전 맞대결에서 40득점, 13리바운드로 셀틱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바 있는지라 이번에도 타도 보스턴 선봉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셀틱스는 레이커스를 상대로 4연승을 노린다. 덴버 너게츠와 LA 클리퍼스에 패배하며 홈 전승 행진이 끊겼으나, 이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격파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두 경기 연속 50득점 이상을 합작해낸 테이텀과 브라운의 경기력이 절정에 달해있다는 점은 호재다. 잘나가는 셀틱스의 순항이냐, 다크호스 레이커스의 빈틈을 찌르는 카운터 펀치냐. NBA를 대표하는 라이벌 매치에서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양팀의 경기는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츠 OTT 서비스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생중계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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