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리 어빙(32‧187.2cm)은 NBA 최고의 문제아, 골칫덩어리를 꼽으라면 빠지지않고 언급되는 인물중 한명이다. 전형적인 악동 캐릭터와는 결이 살짝 다르다. 나이먹고도 철없는 사춘기 어른같은 색깔이 강한데 그로인해 피해를 보거나 골치를 썩은 선수나 팀이 한둘이 아니다. 농구만 잘하는 이기적인 어른이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어빙이 달라졌다. 현 소속팀 댈러스 매버릭스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빼어난 기량으로 맹활약을 한다? 물론 팀의 주축으로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있지만 포인트는 그게 아니다. 팀내 2번째 옵션으로서 간판스타 루카 돈치치(25‧201cm)를 충실히 돕는 것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 또한 이타적인 색깔을 띄며 팀 승리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가자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경기중 끊임없이 동료들을 독려하며 사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물론 경기 전후에도 고참으로서 조언을 아끼지않는 모습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동료들을 모아놓고 이런저런 말을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든든한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고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덕분인지 댈러스는 원팀이 되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있는 모습이다.
현재,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후보중 하나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꺾고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덴버 너게츠 혹은 신흥강호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승자와 격돌하게되고 이를 이겨내면 대망의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가 어울리는 댈러스의 최근 행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어빙은 리더, 성숙 등의 단어와는 거리가 먼 캐릭터였다.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해 보스턴, 브루클린을 거쳐 댈러스로 가게됐는데 어느 한팀에서도 평온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르브론 제임스를 도와 우승을 차지했지만 일찍부터 1인자 욕심을 부리며 공존을 거부했고 이에 보스턴으로 이적했으나 본인의 리더 욕심과 달리 팀원들은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실력은 출중했지만 코트 안팎의 모습에서 믿고 따를만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게 크다. 브루클린에서는 기행, 이기심의 정점을 찍었다.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계속해서 구설수에 올랐는데 그러한 기행은 시즌 중에도 계속되며 팀 분위기를 해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함께 우승을 노렸던 제임스 하든도 견디지 못하고 떠났을 정도다. 코로나19 문제가 한때 심각할 때는 백신 미접종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했고 반유대주의 영화를 옹호해 구단 징계까지 받았다. 브루클린 슈퍼팀이 제대로 가동도 못하고 박살나버린 배경에는 어빙의 내멋대로 행보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로 인식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댈러스로 둥지를 옮길때만 해도 ‘하필 왜 어빙인가? 댈러스가 실수했다’, ‘돈치치와는 궁합이 좋지않아 보인다’는 등 혹평이 많았다. 천둥벌거숭이같은 모습은 둘째치고 플레이 스타일적인 측면에서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어빙과 헤비볼핸들러 돈치치의 공존은 쉽지않아보였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해버린 것은 어빙 자신이었다. 이전 팀들에서와 달리 댈러스에서는 에이스가 돈치치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해줬다. 평소에는 팀 플레이에 집중하다가 자신이 필요하다싶은 순간에 에이스로 빙의하는 등 개인의 욕심보다 전체를 바라보고 경기에 임했다. 주기적으로 반복됐던 코트 밖에서의 기행이나 사건사고도 벌어지지 않았다. 예전의 어빙만 생각하던 팬들 입장에서는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었다.
그런 어빙에 대한 댈러스 팀원들의 신뢰도 높다. 특히 돈치치같은 경우 “나와 동료들을 이끌어주는 존재다. 경기장 안팎에서 배울점이 많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빙을 따르고 있다. 어빙 또한 “선수는 물론 한명의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있는 돈치치를 보는 것이 기쁘고 흐뭇하다”는 말로 마치 형같은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런 어빙의 모습에 적응안되는 이들도 적지않을 듯 싶다. 하지만 실제로 어빙은 그렇게하고있고 팀 동료들의 신뢰 속에서 댈러스의 리더가 되어가고 있다. 그간의 전적이 워낙 화려한지라 시한폭탄같은 느낌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상당한 믿음을 주고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빙의 긴 사춘기는 진짜로 끝난 것일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김종수 oetet@naver.com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회잡은 돈치치, 파이널 우승까지 내달릴까? (0) | 2024.05.25 |
---|---|
엠비드의 도약을 가로막은 부상 불운 (1) | 2024.05.22 |
르브론, 강호 보스턴 상대로 재도약 기틀 마련할까? (0) | 2024.05.19 |
돈치치, 백인 르브론, 기대치 증명할까? (0) | 2024.05.19 |
전력+운, 우주의 기운이 보스턴에게? (0) | 2024.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