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허웅 영입은 성공작이다
기사입력 2022.12.12. 오전 08:31 최종수정 2022.12.12. 오전 08:31
전주 KCC 이지스는 올 시즌 극심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간판스타 송교창이 군입대로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두고 리빌딩이 예상됐으나 통 큰 행보를 통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비시즌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던 이승현(30‧197cm)을 영입한 것을 비롯 리그 최고 인기스타 허웅(29‧185cm)까지 데려왔다.
송교창, 유현준의 군입대, 이정현의 삼성행을 메울 만큼의 큰 변화였다. 정창영을 제외하고 기존 팀내 주축 선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지나치게 많고 질적으로 떨어지는 단신 가드진, 텅 빈 스윙맨 라인 등 포지션별 불균형은 문제점으로 지적됐으나 그렇다고 리빌딩을 외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외국인선수 영입에서 순조로웠을 경우 지금과는 다른 성적을 기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초 영입 1순위로 욕심냈던 선수로 알려진 그랜트 제럿(29‧208cm)과 계약에 성공했거나 아님 지지난 시즌 팀에 큰 피해를 끼쳤던 타일러 데이비스(25‧208cm)에게 두 번 속지 않았다면 좀 더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시즌을 일찍 준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KCC처럼 앞선 가드진의 신장이 낮고 수비력이 떨어지는 팀은 골밑에서 존재감있는 빅맨이 이를 커버해줄 필요가 있다. 감정이 좋지않을 수 있음에도 데이비스에게 또 손을 내밀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데이비스급 외국인 센터가 영입됐더라면 골밑 안정화와 더불어 라건아를 2옵션으로 쓸 수 있다는 메리트가 생긴다. 거기에 더해 숙원인 4번 자리에 국가대표 파워포워드 이승현이 있는지라 높이에서만큼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승현같은 경우 KCC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는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적지않은 시간동안 외국인 빅맨과 함께 호흡을 맞출 주전급 4번에 목말랐던 팀인지라 그 부분을 메워줄 선수를 모두가 원했다. 하물며 그냥 주전급도 아니고 국내 최고 선수 중 한명인 이승현이라면 어지간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이름 값에 비하면 아쉬움도 있지만 ‘이승현 걱정은 할필요가 없다’는 팬들의 의견처럼 경기가 거듭될수록 경기력이 올라오는 모습이다. 라건아 외에 골밑에서 도와줄 선수가 전무하고 변변한 백업이 없는 상황에서도 제몫을 해주고있는 만큼 송교창이 돌아올 다음 시즌에는 더욱 위력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승현 영입이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한 부분이었다면 허웅까지 데려온 것은 KCC팬들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행보였다. 허웅급 선수가 온다면 팀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맞겠지만 당시 상황 기준 가장 급하지 않은 포지션이었기 때문이다. 유현준, 송교창의 군입대로 1, 3번이 비어버렸고 4번은 오랜 시간 동안 무주공산이었다.
물론 이정현이 떠난 2번도 공백이 생긴 것은 맞다. 정창영(34‧193cm)이 있다고는 하지만 KCC 입장에서는 그가 2~3번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해주는 쪽이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슈팅가드같은 경우 언제부터인가 전문 2번이 아닌 리딩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가드가 맡는 경우도 많아졌다. 1번으로 뛰던 선수가 내려오기도하고 아니면 3번 선수가 올라가기도 한다.
포지션 구분이 예전처럼 뚜렷하지않은 상황에서 빈자리를 채우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당장 KCC만 보더라도 김지완, 유병훈, 김동현, 정창영, 박경상, 전준범, 이근휘 등 후보군은 넘쳐났다. 물론 최소 김지완 정도 신장이 아니면 리딩이 안되서 2번으로 내려오는 단신 슈가는 수비적인 부분까지 감안했을 때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전준범, 이근휘 같은 스윙맨들은 최소한의 보조리딩 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같은 유형이 2번으로 뛰기 위해서는 포인트가드의 역량이 뛰어나야 하지만 KCC는 그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허웅이 상품성이 뛰어나고 기량 또한 국내 최고를 다툴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KCC로서는 그 돈을 아껴서 다른 포지션을 강화하는데 쓰거나 필리핀 가드에 투자하는 쪽이 밸런스적인 측면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영입 과정에서 그나마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정통 포인트가드 유현준을 잃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보면 허웅 영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현재 KCC 가드진은 숫자만 많을 뿐 실질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소수다. 3번 포지션도 사실상 공석인 상태에서 팀이 중심을 잡으려면 확실한 선수가 필요하다. 다음 시즌에 돌아올 송교창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허웅-송교창-이승현으로 이어지는 2~4번 라인업은 개개인의 기량이나 밸런스에서 남부럽지않다. 여전히 1번 문제는 풀어야할 매듭이지만 저 멤버와 함께라면 어지간한 포인트가드로도 충분히 해볼만하다.
더욱이 허웅은 계속해서 성장을 거듭하는 선수다. 그동안은 볼없는 움직임을 바탕으로한 간결한 공격수 이미지가 강했으나 언제부터인가 볼핸들링, 패싱게임 등에서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내외곽을 겸비한 전천후 슈터이자 준수한 보조리딩까지 가능한 선수가 됐으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수비에서도 충분히 일인분 이상을 해내고있는 모습이다.
올시즌 평균 15.84득점, 5.11어시스트, 2.42리바운드, 1.05스틸의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단순히 공격수의 범위로 분류하기 어려운 선수가 됐다. 현역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팀내 주포이면서 동료들을 살려주고 이끌어주는 도우미 역할까지 능한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가 됐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3연승 기간동안 팀의 키플레이어는 단연 허웅이었다.
무엇보다 허웅을 높이 살 수 있는 요소는 모범적이고 성실한 행보다. 최근 리그에는 개성이라는 단어로 포장하기 어려울 만큼 에고가 강하고 기행을 일삼는 선수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자부심으로 뭉친 선수, 성실한 듯 보이지만 특정 포지션이나 플레이에 대한 고집이 지나치게 세고 사용법이 너무 어려운 선수, 국내 최고 수준의 테크니션임은 분명하지만 언제 어디서 일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선수 등 색깔도 다양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미꾸라지가 되어 흙탕물을 일으키면 해당 팀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상황을 겪기 마련이다. 허웅은 다르다. 다수의 고정 팬을 몰고다닐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잡음 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가 반듯한 모범생 스타일이며 거기에 더해 팀 후배들을 챙기고 다독이는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이제 KCC에서 19경기를 뛰었을 뿐이지만 본래부터 팀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게 잘 녹아나고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은 물론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허웅, 송교창, 이승현 모두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궂은 일을 마다하지않고 팀에 헌신하는 스타일인지라 거기에서 나오는 시너지는 기대해볼만하다. 이래저래 KCC의 허웅 영입은 굿 초이스였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백승철 기자,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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