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장벽! 지키지 못하면 KGC 아니다
기사입력 2022.11.27. 오전 09:01 최종수정 2022.11.27. 오전 09:01
현재 시점 KBL 1위팀 안양 KGC 인삼공사는 전임 김승기 감독 시절부터 수비로 유명했다. 경기 내내 강하게 상대를 압박 또 압박하고 거기에 더해 틈만 있으면 공을 가로채려 달려들었다. KGC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볼 핸들링에 부담감을 느꼈고 접전 상황에서 실책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자신의 포지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량과 수비능력을 과시했다.
KGC가 수비가 좋은 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디펜스 중심축 양희종(38‧193.1cm)의 영향이 컸다. 이전까지만해도 전문 수비수는 주전 경쟁에서 밀린 혹은 공격력이 약한 선수들이 맡는 역할 정도로 인식됐다. 양희종은 거기에 대한 편견을 깼다. 스몰포워드임에도 슈팅력이 약점으로 꼽힐 만큼 공격자원으로서는 아쉬움이 컸으나 수비, 허슬플레이 등 그 외의 부분에서 일인 이역 이상을 담당하며 최고의 살림꾼으로 우뚝 섰다.
경기내내 코트를 왕성하게 뛰고 달렸던 양희종은 한 마리 야생마를 연상시켰다. 자신의 수비수를 끊임없이 옥죄면서도 동료들의 수비에 구멍이 났을 때 지체 없이 뛰어 들어가 빈자리를 메웠다. ‘허슬 플레이가 일어나는 곳에는 양희종이 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몸을 날리고 던지는 플레이는 일상이었다.
한창때 양희종의 플레이를 알 수 있는 대표적 장면이 하나 있다. KCC와의 경기에서 양희종은 슛을 시도하는 추승균을 향해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든 채 질풍같이 달려든다. 추승균은 노련했다. 이미 계산했다는 듯 슛 페이크로 양희종을 따돌린다. 그리고 다시 원드리블을 친 후 슛을 던지는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완전히 제쳐졌던 양희종이 뒤로 점프하면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으며 추승균의 슛을 기어코 블록해버렸다.
물론 현재의 양희종에게 한창때와 같은 탄력과 운동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출장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희종은 코트에 나서기만하면 수비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예전처럼 많이 뛰지 않고도 대인수비, 팀수비 등에서 본인 몫을 해내는 모습에서는 ‘수비 9단’의 위용까지 느껴진다. 이른바 수비의 맥을 짚을 줄 아는지라 매치업 상대의 밸런스를 깨트린다던가 전략 자체를 간파해 중심부를 흔들어버린다.
한창때 양희종이 맡았던 팀내 에너자이저 포지션은 문성곤(29‧195.6cm)이 가져갔다. 양희종이 야생마라면 문성곤은 한 마리 늑대다. 늑대는 지구력이 강한 동물이다. 문성곤 역시 체력하면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리며 상대가 지쳐떨어질 때까지 쫓아다니는 늑대의 근성까지 닮았다.
문성곤은 공격적인 수비수다. 수비에 대한 의지나 멘탈 등은 한창때 양희종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젊은 선수답게 투지가 넘쳐흐르며 목표로 정한 상대 혹은 공을 향해 경기 내내 미친 듯이 쫓아다닌다. 잠시도 쉬지 않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인해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양희종이 맹활약 할 때만 해도 그같은 스타일의 포워드는 쉽게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말이 그렇지 수비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고 상대팀의 전략에까지 영향을 주는 선수는 역대로 따져도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출장시간 내내 끊임없이 뛰어다니면서도 허슬플레이를 서슴치 않는다는 자체가 엄청난 것인데 거기에 더해 BQ까지 좋아 경기 흐름을 읽어가면서 플레이한다는 것은 어쩌면 양희종이니까 가능했다.
그런 양희종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는 선수가 다른 팀도 아닌 같은 팀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KGC입장에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양희종처럼 엄청 영리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부지런함 만큼은 한창때 그를 능가할 만큼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투지가 넘쳐흐른다. KGC가 인삼신기 시절 이후 별다른 정체기 없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뤄가는 배경에는 양희종이 은퇴하기 전에 문성곤같은 살림꾼 후계자가 나온 덕이 크다는 분석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야생마가 속도를 조절해가며 길목을 막아서고, 힘이 넘치는 젊은 늑대가 포효하며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인삼밭의 영역은 그야말로 어지간한 천적이나 사냥꾼 조차 발을 들여놓기 쉽지않다. 여기까지만해도 난공불락에 가까운데 한술 더 떠 하늘에는 두 마리의 독수리가 큰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고 있다.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5‧203cm)과 올시즌 아시아쿼터를 통해 들어온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24‧188cm)가 그들이다. 그간 KGC를 상대하는 선수들에게 예상치못한 상황에서 날아오는 스펠맨의 블록슛은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정통 빅맨스타일은 아닌지라 포스트에서의 존재감은 한계가 있었지만 특유의 운동능력을 바탕으로한 블록슛의 존재는 무척 까다로운 존재로 꼽혔다.
올 시즌에는 KGC의 하늘이 더 강해졌다. 스펠맨보다 더한 블록슛 스페셜리스트 아반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실 블록슛이라는 영역은 외국인선수들 특히 흑인을 당해내기가 힘들다. 득점, 어시스트 등과는 또 다르다. 때문에 국내선수들같은 경우 국가대표급 빅맨이 아닌 이상 블록슛 순위안에 이름을 올리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반도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스펠맨은 명성에 걸맞게 경기당 1.33개의 블록슛(전체 3위)을 기록하고 있다. 아반도는 한술 더뜬다. 1.50개로 2위에 랭크되어 있다. 비 흑인 거기에 190cm가 되지않는 신장을 감안했을 때 아시아권 선수로 믿기지않을 정도다. 장단신 제도가 시행되던 시절 국내에 들어왔던 일류 외국인가드를 떠올리게 한다.
빅맨이 아닌 가드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답게 아반도의 블록슛은 상황을 가리지않는다. 골밑슛이나 드라이브인을 시도하는 선수의 옆이나 뒤로 날아가 걷어내듯 공을 쳐내는 것을 비롯 외곽라인까지 뛰쳐나가 3점슛을 막아내기도 한다. 탄력은 물론 순발력과 적극성까지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내내 뛰어다니는 문성곤에, 수비에도 노련미가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양희종, 거기에 조금만 방심하면 날아드는 스펠맨과 아반도의 블록슛까지…, 물샐틈없는 수비를 자랑하는 KGC표 괴수장벽이 언제까지 철옹성을 뽐낼 것인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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