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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생 안준호 감독, 소통에 나이는 없다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4. 8. 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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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생 안준호 감독, 소통에 나이는 없다

입력2024.02.26. 오후 3:31 기사원문

 

추일승 전 감독 체제에서의 국가대표팀은 부진한 성적과 함께 내부 갈등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바 있다. 코칭스탭, 선수단, 협회 등 누가 더 잘못했느냐는 책임소재를 떠나 원팀으로 하나가 되지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다음 감독은 좀더 열린 방식의 젊은 사령탑이 요구되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의외의 인물이 새로운 감독에 선임됐다. 전 프로감독 출신 안준호(68)가 그 주인공으로 전임 추감독보다도 무려 7살이나 많다. 젊은 피를 원하던 팬심의 분위기에 역행하는 결과였다. ‘그렇게 후보군이 없었나?’, ‘언제까지 고인물을 고집할건가’ 등 비난여론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좀더 지켜볼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단순히 나이만 많은 감독이 아닌 안준호라는 예전에 보여준게 많은 인물인 이유가 컸다. 1956년생으로 농구계에서는 원로급이지만 사고방식자체가 어지간한 젊은 지도자못지않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준비를 잘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수정하는 스타일로 알려져있다.

전 메이저리그 스타 박찬호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시절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 스포츠계의 경우 작전회의 등을 할 때 감독 말에 불쑥 끼어들기가 쉽지않다. 고참급들도 함부로 나서기가 쉽지 않아 연차가 짧은 선수들은 그저 묵묵히 듣고 시키는 것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학창시절부터 계속적으로 이어오는 모습이어서 대부분 운동선수는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박찬호가 경험했던 미국은 달랐다. 작전회의시 감독, 코치는 말할 것 없이 선수들이 너도 나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 국내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박찬호 입장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박찬호는 난데없이 자신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작전회의 때는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게 습관이 돼버려 의견을 내는 게 너무 낯설었던 것이다. 이렇듯 국내스포츠 정서는 미국 등 서구사회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다르다. 특히 감독의 권한은 절대적이어서 선수가 중간에 의견을 내려 끼어든다는 것은 의도를 떠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우려가 있다. 단순히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작전타임시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감독이 많아졌고 때로는 지나치게 선수들이 끼어드는(?) 관계로 팬들 사이에서는 “감독 말좀 우선 듣고 얘기하라”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그만큼 시대와 환경이 달라졌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런 방식으로 팀을 이끌어가던 사령탑이 있으니 다름아닌 안준호다.

안감독은 삼성 썬더스 역대 최고 감독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신생 SK시절만 해도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어 현주엽을 뽑아놓고 만세를 부르던 것과 달리 서장훈과의 공존문제를 해결하지못하고 일찍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다. 그때만해도 무능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삼성을 맡으면서 달라졌다. 아니 뒤늦게 진가가 드러났다고보는게 맞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는 유약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농구철학이 뚜렷하고 다양하며 창의적인 작전구사에 능했다. 특정 선수가 아무리 비중이 커도 팀 플레이를 해친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배제하다시피하고 성적은 성적대로 만들어내는 특유의 뚝심까지 있었다.

당시 안 감독은 강혁, 이상민, 이정석, 이시준 등 빼어난 가드들을 앞세워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각양각색 가드진이 전천후로 활용되는 가운데 장신슈터 이규섭이 뒤를 받쳤다. 올루미데 오예데지, 테렌스 레더, 애런 헤인즈 등 외국인선수를 보는 안목도 뛰어났다.

안 감독하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전타임시 벌이던 이른바 '토론농구'다. 코트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경기를 지켜보거나 작전지시를 하던 안 감독은 열정적이었지만 남의 말에 귀도 잘 기울여 주었다. 한참 작전에 대해 얘기하다가도 선수들이 의견을 말하면 말을 멈추고 들어주던 스타일이었다.

그로인해 삼성 벤치는 너나 할 것 없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토론장 같은 분위기가 펼쳐지는 경우가 잦았다. 당시 상황에서 상당히 낯선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토론 작전타임'으로 불렸다. 특히 최고참급에 속하던 이상민은 감독 이상으로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수시로 의견을 내고 상황에 따라서는 작전판을 들고 직접 지시를 하기도 했다.

안 감독 역시 그런 모습을 인정해줬다. 이러한 광경은 팬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기도 했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만약 안감독이 우승 등 결과물을 내지못했다면 ‘선수단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시달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확실하게 성과를 내면서 자율농구라는 평가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은 나쁘지않다. 안준호호는 최근 2025년 FIBA 아시아컵 예선을 치렀는데 호주(4위), 태국(91위)을 상대로 1승 1패를 기록했다. 태국은 특유의 속공을 앞세워 완파했으며 호주를 상대로는 앞서나가다가 4쿼터에 아쉽게 역전패했다. 풀전력이 아니라도해도 호주는 호주다. 1군 전력이 아니었다고는해도 여전히 우리가 감당해내기 쉽지않은 상대다.

그런 강호를 맞아 선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한희원, 오재현, 박무빈을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해 가능성을 실험했다.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지도자인데다 대표팀 분위기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고방식에 있어 나이는 편견이다. 나이가 많아도 열린 사람이 있는 반면 젊어도 꽉 막힌 이들도 많다. 안감독의 소통농구가 대표팀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KBL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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