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팀, 국가대표 등 다양한 경력을 자랑하는 추일승 감독은 한 외국인선수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 다름아닌 칼 미첼(45‧201.1cm)이다. 2007~09년 사이에 부산 KTF 매직윙스와 전주 KCC 이지스에서 뛰었는데 활동기간은 길지않았으나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과 개성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던지라 여전히 기억하는 팬들도 많다.
좋은 신체조건에 운동능력도 좋았으나 감독들이 선호하는 스타일과는 살짝 거리가 있었다. 골밑에서 활약하기보다는 외곽 플레이를 즐기는 이른바 빅윙 유형이었으며 다혈질 성격으로 인해 사고뭉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첼은 KCC시절 이후에도 KBL에서 뛰고싶어했으나 잘 풀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KBL의 외국인선수 수준이 상당히 높았던 관계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쓰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물론 미첼이 마냥 못하던 선수는 아니었다.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득점을 올릴 수 있었는데 특히 슈팅 폭발력이 대단했다. 한번 손끝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밀리던 경기도 삽시간에 뒤집어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던 관계로 안정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KTF 감독 시절 때의 일이에요. 그 친구가 외국인선수로 처음 국내리그로 들어왔어요. 팬들의 기대도 컸나봐요. 한팬이 미첼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줬어요. 너무 귀여웠던지라 처음에는 미첼도 좋아했어요.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랠 친구가 하나 생긴 듯 했지요. 하지만 강아지가 너무 어렸던게 문제였죠. 자꾸 밤마다 낑낑대고 그러니까 잠도 못자고 신경쓸게 많았나봐요. 그래서 얼마안있어 통역에게 강아지를 줬더라고요. 그런데 통역 이 친구도 버거웠는지 어찌할바를 몰라해서 저한테까지 넘어오게 됐어요”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추 전감독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묻어났다. 듬직하고 다부진 외모 등 상남자 이미지가 강한 그가 강아지를 맡아서 키웠다는 것이 의외였다.
“동물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막 적극적으로 키우려고하는 스타일도 아닙니다. 상황이 그렇게되어서 맡았을 뿐이죠. 여기저기 갔다가 저한테까지 왔는데 버릴수도 없잖아요. 칼 미첼이 줬다는 의미로 이름도 카알로 지었어요. 어휴…,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였습니다. 숙소에서 키웠는데 사료를 충분히 주고 원정경기 등을 갔다오면 방안이 대 소변으로 범벅이 된거에요. 물건 등도 엉망진창이 되어있고요. 어쩌겠습니까. 강아지가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다행이 얼마지나지않아 가족들이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했다. 일의 특성상 본의아니게 숙소를 오래 비울 수 있는 추 전감독의 상황을 배려한 것이다. 그렇게 카알과의 동행은 이어졌고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나름대로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해온 덕분인지 장수 강아지 아니 이제는 개라고 해야겠죠. 장수견이 되었네요. 한데 원체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치매끼도 있고 누워있는 시간도 길어졌어요.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더 오래살라고는 안할테니 있는 동안은 덜 아프고 덜 불편하게 있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추 전감독에게 강아지가 맡겨진 것은 카알이 처음이 아니다. 상무 감독 시절 팀내 가드였던 조신영이 키우던 강아지를 대신 받은 적도 있다. 애완견을 키우다가 아기가 태어나면서 함께 하기 어렵다며 반강제(?)로 맡긴 것이다.
“그때 역시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사방이 어지러워지고 대소변도 여기저기 있고요. 한번은 뛰어놀다가 턱뼈가 깨져서 수술까지 시켰다니까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말못하는 동물이 저만 쳐다보고있는데…, 그냥 인연인가보다하고 키우게된 것이죠. 카알과 오랜시간 동행했던 탓인지 저희 가족들도 동물을 좋아해요. 이번에 막내도 대학교를 수의학과로 갔어요. 칼 미첼이 끼친 작은 영향력입니다.(웃음)”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추일승 전감독 제공, 문복주 기자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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