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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곤 안에선 거칠지만, 밖에선 발랄한 남자입니다"

파워인터뷰

by 멍뭉큐라덕션 2024. 8. 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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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곤 안에선 거칠지만, 밖에선 발랄한 남자입니다"

입력2024.08.23. 오후 5:38 기사원문

[파워 인터뷰 27] 'ROAD TO UFC' 토너먼트 4강 출전 최동훈

최동훈은 실력과 개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 최동훈 제공

최동훈(25)이 세계 최고 MMA 단체 UFC 계약이 걸린 토너먼트 플라이급(56.7kg) 준결승에 출전한다. 오는 2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릴 'ROAD TO UFC: 에피소드 5'가 그 무대로, 상대는 앙가드 비시트(29·인도)다. 토너먼트 참가 선수 중 거칠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경기장 안에서만 거칠면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장외에서도 거침 없다는 부분이다. 최동훈은 지난 5월 19일 중국에서 열린 8강전 직후 비시트와 시비가 붙었다. 비시트의 팀은 승리 축하로 간단하게 술 한잔하고 돌아온 최동훈을 조롱했다. 처음엔 친근하게 장난친다고 생각했던 최동훈도 이내 분위기를 파악하고 험한 말을 돌려줬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 육체적 충돌까지 번지진 않았지만 불쾌한 감정은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다.

최동훈은 비시트에 대해 "중국에서 봤는데 몸이 엄청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 싸움을 해도 밀리진 않을 듯 싶지만 부드럽게 받아낼 건 받아내고, 받아칠 건 받아치면서 싸우면 상대가 지칠 것이다"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8강전에서도 그랬듯이 자신감은 가지되 최대한 냉정하고 전략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감정은 안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승리다. 최동훈은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바탕으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상품성을 겸비한 파이터가 되고 싶지만 아직은 큰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천천히 성장해 나갈 시기다"라며 "더 큰 꿈을 이루려면 이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재밌는 경기보단 안정적인 경기 위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동훈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다. 공식 경기는 7차례에 불과하지만 모두 승리를 기록했으며 나이까지 젊은지라 어디까지 치고 나갈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보다도 터프하지만 밖에서는 장난끼 넘치는 밝은 청년이다.

지난 10일 파이터 최동훈의 의지와 꿈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운동선수도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최동훈(사진 왼쪽)은 스스로를 발랄한 성격이라고 표현한다.
ⓒ 최동훈 제공

- 경기하는 모습만 보면 굉장히 터프한데 실제 목소리는 미성에 되게 밝은 성격 같아요.

"하하, 그런가요. 좋게 봐줘서 감사합니다. 경기야 서로 죽을 힘을 다해 겨루는 것이니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수라면 누구나 터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말씀 주신대로 밝은 편이기는 해요. 이른바 깨발랄하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고요(웃음)."

- 이런 밝은 모습이 앞으로 선수 생활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종종 느낀 부분입니다. 운동선수가 연예인급의 끼를 발휘하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는 나를 홍보하는 자리이고 더불어 응원해주시는 팬분에게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도 있잖아요. 저 또한 최대한 신경쓰려고 노력은 합니다. 아직은 서툴지만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드리다 보면 제 안의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UFC가 특히 그런 부분이 많이 강조되는 것 같아요. 실력도 좋아야 하겠지만 스스로 갈등 구도나 스토리를 잘 만들어내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더라고요.

"맞습니다. 과거 프라이드같은 경우는 주최측에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많았던 듯 싶지만 UFC는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무대같아요. 더욱이 미국 단체이다보니까 동양 선수들이 주목받기는 더욱 쉽지 않죠. 일부러 갈등 구도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서양 선수들에게 뒤떨어지고요. 동양 선수 중 '그런 부분에 능했던 선수가 있었나' 한번 생각해보니 딱히 떠오르지가 않네요."

- 정찬성 선수가 있기는 하죠.

"아. 맞다. 그렇죠. UFC에서 상위클래스 기량을 보여줬던 선수로는 일본의 오카미 유신, 호리구치 쿄지, 중국의 장웨일리, 한국의 정찬성 선배님 등이 있었죠. 그중에서도 인기나 상품성까지 감안하면 선배님이 최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같은 한국인이라서 그러는 게 아닌, UFC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팩트니까요.

선배님 같은 경우는 워낙 파이팅 스타일이 화끈하셨고 거기에 이런저런 타이밍들이 잘 맞아서 동양 선수로서는 드물게 인기스타로 뜨신 케이스같아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선배님이 걸어가신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선배님처럼 보는 사람들의 눈이 즐거울 만큼 빼어난 기량을 보여줘야 할 텐데요. 그렇게 생각하니 앞으로 갈길이 머네요.

"현대 MMA는 전략 전술의 시대라는 말, 정말 공감합니다"

최동훈(사진 왼쪽)과 앙가드 비시트가 23일(한국시간) 계체량 통과 직후 서로를 노려보고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시합이 코앞인데 기분은 어떠세요?

"시합을 치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 같아요. 격투기 무대에 처음 데뷔했을 때는 긴장감에 며칠 전부터 잠이 안오고 그랬어요. 하지만 몇 경기 뛰어 보니 마음도 많이 차분해졌고 최근 들어서는 그걸 넘어서 냉정해지는 느낌이던데요. 지난 8강에서 지니우스 위에(중국)와 대진이 결정됐을 때 처음에는 주최 측에서 날 탈락시키려고 하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지난 시즌 준우승자이자 올시즌 우승 후보를 일찌감치 저하고 붙여버렸기 때문이죠.

그것도 잠시였어요. 긴장·속상함보다는 어떻게 이 선수를 잡아내고 모두에게 내 실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에 집중했고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제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성숙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요? 그냥 무덤덤합니다. 대진표가 처음 나왔을 때는 흥분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은 다운되고 머릿속은 꽉꽉 채워지는 것 같아요."

- 날이 갈수록 MMA가 발전하면서 분석과 전략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과거 이종격투기 시대 그리고 거기에서 발전된 종합격투기 초창기만하더라도 더 잘하는 선수가 승리를 가져가고 상성도 되게 많이 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겠죠. 하지만 다양한 분석을 통해 이런저런 확률을 내 쪽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는 부분이 무척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의 파이팅 스타일의 장단점은 물론 특정 버릇까지도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따른 대응법을 플랜A, 플랜B, 플랜C 등으로 다양하게 준비하죠.

전술운영 역시 무조건 상대의 장단점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나의 특성과 신체적 능력까지 감안해서 짜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리 상대에 대한 분석과 대응법이 잘 준비돼 있어도 경기장에서 뛰는 내가 제대로 수행을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요. 누군가 '현대 MMA는 전략 전술의 시대다'고 표현하던데 정말 공감합니다."

- 전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를 보면 그런 부분이 더욱 실감이 나기는 합니다.

"그렇죠. 최근에 충격적인 녹아웃 패배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페더급 17연승 행진을 달리는 등 그야말로 극강의 이미지를 보여주던 선수였죠.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 선수의 아웃파이팅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타격전에서는 사이즈가 큰 쪽이 신체적 이점을 살려 아웃파이팅을 구사하고 작은 쪽이 파고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원거리 싸움은 큰 쪽이 주도합니다.

볼카노프스키는 달랐어요. 167.6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훨씬 큰 선수들과의 거리싸움에서 대부분 승리했어요. 지난 경기 영상을 봐도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그 선수가 타고난 점도 있겠지만 상대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더해 작전 수행 능력이 더해진 영향이 무척 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트렌드를 가장 잘 대표하는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지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최동훈(사진 오른쪽)은 지난 8강에서 우승후보 지니우스 위에를 잡아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플라이급에서 활약중이에요. 유독 국내 선수들이 많이 뛰지 않는 체급같아요.

"헤비급이야 선택받은 사이즈의 선수들만이 뛸 수 있으니 논외라 친다 해도 플라이급은 최경량급이라 체구가 작은 선수들이 뛰기 좋은데 의외로 없어요. UFC에서 활동하는 국내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라이트헤비급 정다운, 미들급 박준용, 웰터급 김동현, 라이트급 작은 김동현, 페더급 정찬성, 밴텀급 강경호 등 각 체급별로 연상되는 코리안 파이터들이 있잖아요. 플라이급은 그런 게 적어요. 박현성 선배님이 얼마 전에 최초로 진출한 것으로 알고있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플라이급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 왠지 '마이티 마우스'를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제 '최애' 파이터입니다. 순수 플라이급 선수 중에 드존(드리트리우스 존슨의 줄임말) 좋아하지 않는 이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그만큼 플라이급에서 그야말로 전설적인 존재잖아요. 드존의 영상을 참 많이 보고 감탄하면서도 절망도 잠깐씩 느끼고 그랬어요. 잘해도 어지간히 잘해야지요.

그래도 그를 롤모델로 열심히 훈련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드존과 경기가 성사되면 그보다 더 한 영광은 없겠지만 UFC로 돌아올 가능성도 적거니와 워낙 나이 차이도 많이 나서 기대는 안하고 있습니다(웃음)"

- ROAD TO UFC 시즌 3 플라이급 준결승에서 맞붙을 앙가드 비시트는 어떤 선수인가요?

"영상 등을 통해 살펴보고 분석해보니 스트라이킹보다는 그래플러 성향이 강하더라고요. 그쪽으로 좀 더 치우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스탠딩 상황에서는 스트레이트를 선호하는 듯이 보였고요. 스트레이트로 압박을 하거나 데미지를 입히면서 기회다 싶으면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것이죠."

- 자신감은 있으신 거죠?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저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자신감입니다. 선수로서 한발 더 나아가는 데 중요한 길목이기도 하거니와 지난 오프닝 라운드 때부터 저에게 자꾸 도발을 하고 시비를 걸어서 실력으로 되갚아줄 생각입니다. 근육이 빵빵한 것은 좀 부담스럽지만(웃음) 근육이 힘으로 전부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힘, 기술 모든 면에서 지고 싶은 생각은 하나도 없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최동훈(사진 오른쪽)은 이번에도 승전보를 울릴 수 있을까?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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