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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폭군'은 영광 되찾을까... 알도의 승부수

격투기/UFC

by 김종수(바람날개) 2024. 9. 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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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폭군'은 영광 되찾을까... 알도의 승부수

입력2024.09.01. 오후 1:17 기사원문

10월 6일, 6연승 중인 마리오 바티스타와 일합

조제 알도(사진 오른쪽)가 조나단 마르티네즈를 상대로 어퍼컷을 날리고 있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UFC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자 현 밴텀급 랭킹 9위 '리우의 왕' 조제 알도(38·브라질)가 끊어졌던 연승 가도에 다시 나선다. 오는 10월 6일(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델타센터서 있을 'UFC 307: 페레이라 vs 라운트리' 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동체급 12위 마리오 바티스타(31·미국), 최근 6연승 행진 중인 난적이다.

예전 격투기 팬들 같은 경우 알도의 이름이 언급되면 '언제적 알도인데 지금까지도 뛰고 있냐?'고 놀랄 수도 있겠다. 최근 추세에 비춰봤을 때 아주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10대 때 데뷔했고 일찍 두각을 나타냈던 탓에 동년배 선수들과 비교해 노장 이미지가 더 짙다. 실제로 40경기나 치르기도 했다.

지금이야 밴텀급에서 뛰고 있지만 알도가 가장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은 역시 페더급에서 활약하던 때였다. 신장(170.1cm)은 작지만 빼어난 운동신경과 공격성을 바탕으로 WEC, UFC 페더급을 장악하며 오랜시간 동안 지배자로 불렸다. 폭군, 폭행 몬스터 등 그를 가리키는 다양한 별칭이 체급 내에서의 위상을 짐작케 했다.

한때 세계 최강의 타격가를 언급할 때 '헤비급에 미르코 크로캅, 미들급에 앤더슨 실바가 있다면 페더급에는 조제 알도가 있다'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다. 한창 때의 알도는 무에타이를 특기로 하면서도 복싱 특유의 거리 감각과 회피 능력을 두루 갖춘 전천후 타격가로 평가받았다.

펀치면 펀치 킥이면 킥... 극강의 타격가

무에타이 스타일은 파워는 좋지만 바닥에 발을 붙이고 찰 때가 많아 종합 무대에서 날렵한 스텝을 갖춘 펀처를 만나면 종종 고전하기 일쑤다. 알도는 달랐다. 안면 공격에 대한 회피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근거리에서의 펀치교환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열세를 보이지 않았다. 복서들처럼 경기 내내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기동성을 유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필요한 순간 날렵하게 카운터를 날릴 줄 알았다.

다리는 붙이고 있어도 머리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편이며 순간적으로 자신은 공격이 용의하고 상대는 어려운 사각으로 빠진 상태서 펀치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뛰어났다. 선수 생활 초중반에는 전가의 보도인 로우킥을 비롯 미들킥, 플라잉니킥 등 다양한 공격옵션을 내세워 전방위로 상대를 압박하고 부수는 폭군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후 나이를 먹어가고 체력적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펀처 위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장점인 잽을 살려 치고 빠지면서 상대를 괴롭히다가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바디블로우를 적극적으로 섞어 썼다. 거기에 들어오는 상대에 대한 훅 카운터도 좋았다. 작은 사이즈에서도 불구하고 알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화력 못지 않게 디펜스 능력의 영향도 컸다.

수많은 경기를 통해 입증했다시피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은 UFC 전체급을 통틀어서도 톱클래스였다. 한창 때의 그는 흡사 한 마리의 고양이과 야생동물을 연상케 했다. 워낙 거리싸움, 균형감각이 좋은지라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는 경우가 드물거니와 설사 중심을 잃고 넘어져도 등이 바닥에 닿기 무섭게 용수철처럼 솟구치며 금세 몸을 일으켰다.

그래플러 입장에서는 지독하게 잡아놓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바닥에 눌러놓기 어려운 대표적 선수로는 한창 때의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헤비급), 은퇴한 척 리델(라이트헤비급)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는데 알도는 한술 더 떴다. 전성기를 꼽으라면 2014년까지를 들 수 있겠는데 이 기간 성적은 무려 25승 1패다.

그 1패마저 초창기에 예상치 못한 서브미션으로 내준 경기다. 그야말로 극강의 기량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는데 경량급 파이터이면서도 어지간한 중량급 스타 이상가는 존재감을 뽐냈다. 컵 스완슨, 마이크 브라운, 채드 멘데스, 유라이아 페이버, 매니 감부리안, 마크 호미닉, 제레미 스티븐스 등 쟁쟁한 선수들이 줄줄이 무릎을 꿇었다.

상위 체급 라이트급에서 정상급 기량을 선보이던 프랭크 에드가가 2체급 석권을 노리고 페더급을 침공했으나 알도의 벽에 가로막혔고 한창 주가 상승 중이던 당시의 '코리안좀비' 정찬성도 경기 중 어깨 부상을 당한 후 4라운드 TKO패로 무너진 바 있다. 화끈한 압승도 있고 상대적으로 고전한 경기도 있었으나 어쨌든 누구도 알도를 끌어내리지 못했고 어느새 그의 이름 앞에 '페더급 역사상 최고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리우의 왕'으로 불리는 브라질 출신 레전드 파이터 조제 알도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상승세의 바티스타까지 물리칠 수 있을까?

이후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 여전히 꾸준하게 잘한 것은 맞지만 정상급 강자들과의 일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앙숙 코너 맥그리거에게 경기 전부터 쌓인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성급하게 들어가다가 경기 시작 13초만에 녹아웃으로 쓰러진 것을 비롯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던 차기 1인자 맥스 할러웨이와의 연전에서 모두 TKO패 당했다.

페더급 역사상 최강의 파이터로 꼽히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도 판정패로 고개를 숙였다. 역대급 강자들과의 승부에서 대부분 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밴텀급으로 체급을 내려 펼쳤던 타이틀전에서도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페트르 얀에게 TKO당했다.

그렇다고 알도의 시대가 끝났냐면 그것은 아니었다. 정상급 매치에서는 쓴잔을 여러번 마셨지만 그 아래 레벨 선수와의 대결에서는 여전히 강했다. 얀에게 패배한 후 치른 5경기에서 4승 1패로 선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앞서 언급한데로 이번에 맞붙을 바티스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통산 14승(2패)중 녹아웃 승률(3회, 21%)은 높지 않지만 서브미션 결정력(6회, 43%)은 매우 위협적이다. 5번의 판정 경기를 모두 이긴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기전에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알도의 약점이 체력이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난관에 처할 공산이 크다. 왕년의 폭군에서 꾸준함으로 승부하는 알도가 상승세의 바티스타까지 물리치고 여전함을 과시할지 주목된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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