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코리안 타이슨' 고석현, 스승 김동현 넘어설까

격투기/UFC

by 멍뭉큐라덕션 2024. 9. 9. 14:13

본문

'코리안 타이슨' 고석현, 스승 김동현 넘어설까

입력2024.09.06. 오전 10:53 수정2024.09.06. 오전 10:59 기사원문

22번째 코리안 UFC리거, 한국 파이터 최초 DWCS 통해 데뷔

이고르 카발칸티에게 펀치를 맞추는 고석현(사진 왼쪽)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기존 한국 선수들과는 다른 경로를 통해 UFC에 입성한 '코리안 타이슨' 고석현(30)을 향한 격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제는 연예인으로 훨씬 더 유명한 '매미' 김동현의 제자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고석현(11승 2패)은 4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린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 고석현 vs. 카발칸티' 메인 이벤트에서 이고르 카발칸티(26·브라질)와 웰터급(77.1kg) 체중으로 맞붙었다.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만장일치 판정승(30-27, 29-28, 29-28)이었다.

데이나 화이트(55·미국) UFC 최고 경영자 역시 흡족한 모습이었다. 그는 "당신의 격투 스타일, 용기에 감명받았다. UFC에 온 걸 환영한다"며 고석현에게 UFC 계약을 수여했다.

이로써 고석현은 22번째 코리안 UFC리거이자 한국 최초로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를 통해 UFC에 입성한 선수가 됐다. 2017년 유상훈(34)이 '시즌 3'에 출전한 바 있으나 피터 배럿에게 판정패하며 계약을 얻지 못했다.

 
고석현(사진 오른쪽)은 화력이 좋은 이고르 카발칸티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정면대결을 펼쳤다.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언더독 평가? 고석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전만 해도 고석현은 철저한 언더독이었다. 현지 도박사들은 고석현의 승률을 20% 이하로 평가했다. 사실상 이변이 없다면 카발칸티가 이긴다고 본 것이다. 스승 김동현으로부터 복싱 레전드 마이크 타이슨을 닮았다며 '코리안 타이슨'이라는 새 별명을 얻은 바 있는 고석현은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뿐이지 국내 파이터 중 대단한 실력자로 진작부터 인정받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유도를 배워 그래플링 기본기가 탄탄한 것을 비롯, 2017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국제삼보연맹(FIAS) 세계선수권대회 컴뱃 부문 82kg급에서 한국 최초로 세계 삼보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국내 단체 AFC 웰터급-미들급(83.9kg) 두 체급 챔피언을 지냈으며 '저승문호' 박문호(34), 더블지FC 웰터급 챔피언 정윤재(34)등 쟁쟁한 경쟁자들과의 진검승부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사들에게 언더독으로 평가받은 배경에는 상대 선수의 경력이 더 화려한 이유가 컸다. 카발칸티는 9경기를 전부 1라운드에 끝내버린 타고난 킬러다. 7번은 (T)KO, 2번은 서브미션이었다. 9살 때부터 주짓수를 배웠으며 이후 카포에라까지 익혔다. 브라질 단체 레볼루션 MMA 미들급 챔피언, 인사이드 파이터스 리그(IFL) 웰터급 챔피언을 지냈다.

깔끔한 전적, 화끈한 임팩트, 최근 상승세, 격투왕국 브라질 특급 유망주 등을 고려했을 때 카발칸티에게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예측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진짜로 이기는 선수가 모든 것을 다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석현은 자신에 대한 언더독 평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되레 "상대가 빈틈도 많다고 생각하기에 거기를 찾아 꿰뚫겠다"는 말로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자신감은 실제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고석현은 1라운드부터 카운터 펀치와 그래플링으로 카발칸티와 대등하게 맞섰다. 사실상 이때 승부가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카발칸티는 그간 강력한 화력을 앞세워 1라운드에 모두 경기를 끝내버리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고석현이 이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지친 이고르 카발칸티에게 테이크다운 공격을 시도하는 고석현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2라운드부터 고석현의 시간

킬러는 목표물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꼬리를 밟혀 역으로 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카발칸티가 딱 그랬다. 장기전 경험이 없던 그는 체력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초반부터 쏟아내는 파이팅 스타일상 화력은 확실했지만 보조동력이 아쉬웠다.

반면 고석현은 진흙탕 싸움에도 능숙했다. 2라운드 돌입 후 카발칸티가 급격하게 지치자 보디샷으로 충격을 준 뒤 레슬링과 그라운드 앤 파운드로 흐름을 주도해가며 승기를 굳혔다. 3라운드들어서는 초반부터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후 그라운드에서 컨트롤하며 안정적으로 점수를 확보해갔다.

고석현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언더독이라서 기분이 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마음 편히 경기를 했다. 부담없이 내 플레이만 하면 될 것 같았다, 타격, 그라운드 모두 준비했지만 3라운드에서 상대가 완전히 지친 것을 보고 그라운드로 데려가면 수월하게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화이트 대표 또한 "고석현은 3라운드 내내 일관된 경기력으로 카발칸티의 투지를 짓밟았다. 보통 1분 20초 안에 상대를 박살내던 카발칸티는 그게 되지않자 급격하게 흔들렸고 체력문제까지 이중고를 겪었다. 고석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는 압박을 통해 그를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 고석현을 포함 다섯 명의 승자는 모두 UFC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특히 +800(약 10%) 언더독으로 평가된 유네이시 두벤(28·베네수엘라)은 섀넌 클락(32·캐나다)을 1라운드 1분 13초 만에 오른손 오버핸드 훅으로 KO시키며 화이트 대표의 극찬을 받았다. 이번 시즌 DWCS에선 에피소드 4까지 20경기가 치러져 17명의 승자가 계약을 얻었다. 시즌 8은 다음달 16일 에피소드 10까지 이어진다.

DWCS는 UFC의 등용문 격인 프로그램으로 2017년 첫 선을 보였다. 단판 승부를 벌인 뒤 화이트 대표의 마음에 들면 UFC와 계약할 수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UFC 밴텀급(61.2kg) 챔피언 션 오말리(29·미국)를 포함 257명의 선수가 DWCS를 통해 계약했다. 그간 한국 선수들의 옥타곤 진출 루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고석현이 그 벽을 깨트림에 따라 또다른 코리안 파이터들의 도전도 기대된다.

고석현의 스승 김동현은 한국 UFC 파이터중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있는 인물이다. 정상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중상위권 레벨에서 꾸준하고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압박형 그래플링 위주의 파이팅 스타일로 인해 지루하다는 혹평도 많았고 그로 인해 현지에서 별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UFC 파이터라는 전력을 앞세워 국내 방송계에 들어선 후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파이터 시절보다 훨씬 높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고석현의 체급은 공교롭게도 스승 김동현의 현역 시절과 같은 웰터급이다. UFC 웰터급은 김동현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낸 코리안 파이터가 없었다. 임팩트있게 옥타곤에 입성한 고석현이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불태우며 김동현의 커리어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Copyright ⓒ 오마이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