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인성 논란? 대단할 것 없다
김종수 oetet@naver.com | 2023-01-29 09:25
올시즌 국내 최고 슈터로 거듭난 고양 캐롯 전성현(31‧188.6cm)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KT와의 경기 당시 발생했던 하드 파울과 이후의 비상식적인 대응이 문제였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고의성 짙은 파울을 저지르고도 외려 적반하장격인 태도를 보인 그의 모습에 팬들이 분노했다. 최근 KBL에서 간만에 나온 특급 슈터가 저지른 사고였기에 실망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부분도 많다. 경기중 지나치게 흥분해서 자신도 모르게 상대가 다칠 수도 있는 거친 파울을 했다면 즉시 미안하다는 태도를 취했어야 했다. 선후배, 경쟁팀 선수 등의 관계를 떠나 부상이 우려되는 파울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는게 맞다. 그게 동업자 정신이다.
만약 전성현이 파울을 범하고 나서 바로 미안하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팬들에게도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못했다. 해서는 안될 짓을 한 것에 대해 상대 선수와 팀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에게 사과드린다’는 식의 입장만 표명했어도 상황은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하드 파울에 대한 면죄부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이해해보려는 시선도 나올 수 있고 이후 어떻게 선수생활을 이어가느냐에 따라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 잡을 기회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답지않은 후속 대처로 열성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어버렸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물론 전성현은 다음날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을 비롯 팬들에게 메시지도 전했다. 파울을 당한 선수에게도 따로 연락을 취해 사과를 한것으로 밝혔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본인 역시도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듯 하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본 대다수 팬들은 “사과보다 변명에 가깝다”며 여전히 싸늘한 반응일색이다.
늦에도 한참 늦은데다 안하느니 못한 사과까지 겹쳐 전성현에 대한 팬들의 원성은 쉬이 식지않고있는 분위기다. 한술 더떠 인성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짙어지고 있다. 한번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한 후폭풍이 너무 거세다. 대기만성형 선수로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고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농구는 물론 타 스포츠에서도 선수가 사고를 치거나 돌발행동으로 주변에 피해를 끼치게되면 인성이라는 부분이 자주 언급된다. 사실 그들에게 요구되는 인성이라는 부분은 특별할 것 없다. 팬들은 선수에게 교육자급 윤리의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주변인들까지 배려해준다면 더할나위없겠지만 각자 타고난 성향과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에 그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보통의 평범한 대다수가 그렇듯 음주운전, 폭행, 도박 등 위법행위를 저지르지않고 코트에 나서게 될 경우 동업자 정신 정도만 잊지 않으면 된다. 무엇을 특별하게 하라는 것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는 하지말아야 할 것만 안하면 된다. 운동선수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항목이다. 어느정도 신경만 쓰면 지키면서 사는 것은 결코 어렵지않다.
ES스포츠나눔 사회적협동조합 독립농구단/유소년 엘리트 조성훈(49‧185cm) 총감독은 “농구 인생은 길다. 에이스로서 롱런하는 것 뿐 아니라 국가대표로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더불어 은퇴후 활동까지 생각한다면 이미지에도 신경써야할 필요가 있다. 자유분방하게 보이는 NBA에서도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게는 꽤나 까다로운 윤리의식이 적용되고는 한다. 상대의 집중견제 등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많은 팬들이 자신을 지켜보고있다는 사실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애정어린 충고를 남겼다.
명지대 김태진(48‧185cm) 감독 또한 “당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국농구가 멘탈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발전했구나하는 사실이다.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뻔한 상황이었다. 예전같으면 파울에 관련된 선수는 물론 선수단 전체의 충돌 심지어 최악의 경우 보복성 파울까지 나올 수 있었다. 고참 선수들이 옆에서 말리고 정리해주는 모습에서 이성적이고 차분한 모습이 느껴졌다”며 달라진 풍경을 먼저 설명했다.
더불어 “많은 팬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파울을 당한 선수 입장에서 화가 많이 났을텐데 비교적 감정을 잘 추스렸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전성현의 대처는 더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나같은 경우도 코치 시절 순간 울컥해서 뛰쳐나갔다가 두고두고 박제되고 있지않은가. 동영상, SNS 등이 더욱 발전한 시대인지라 더더욱 몸가짐이나 행동에 대해 신경쓰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전성현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후회할 언행을 저지르고 말았지만 이것으로 선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왜 자신을 향한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큰 것인가를 인지하고 더 큰 선수가 되기위해 초심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반성하는 모습을 잊지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잃어버린 팬들의 신뢰도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되기 위해서는 깊은 인내가 요구된다. 댐에 물이 가득차려면 긴 시간이 걸리지만 터져서 쏟아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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