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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과 버드가 다른 시대에서 활약했더라면?

농구/NBA

by 멍뭉큐라덕션 2023. 2. 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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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과 버드가 다른 시대에서 활약했더라면?

기사입력 2023.02.15. 오후 02:22 최종수정 2023.02.15. 오후 02:22

NBA에서는 각 시대별로 지배자들이 존재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리그를 대표하던 선수로서 우승권에서 인기와 커리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쥐고 강력한 포스를 뽐냈다. 그 선수들이 저물어갈 때 쯤 또 다른 신성들이 등장했고 그렇게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NBA가 오랜시간 동안 세계 최고의 무대로 명성을 떨치고있는 이유중 하나다.

NBA 인기를 활활 타오르게한 최고 공신으로는 단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첫손에 꼽힌다. 개인 성적, 팀 성적에 더해 화려함, 스토리까지 겸비하고있던 조던의 맹활약은 전세계 팬들에게 그의 존재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농구는 몰라도 마이클 조던은 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 뒤 샤킬 오닐, 앨런 아이버슨,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이 NBA를 대표해서 전 세계에 스타 파워를 과시한바 있다.

조던이 NBA인기를 불타오르게 했다면 어빈 '매직' 존슨(63‧206cm)과 래리 버드(66‧206cm)는 그 이전에 불길을 일으킨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라이벌 구도는 전세계 농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흔히 조던의 농구 인생을 영화같다고 표현하는데 역대급 명작으로 평가받는 매직과 버드의 스토리텔링 역시 그에 못지않았다. 슈퍼스타 둘이 블록버스터급 시리즈 영화에 출연해 더블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느낌을 줬다. ‘조던 이전의 조던들이다’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매직과 버드의 라이벌 구도는 마치 미리 각본을 짜놓은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가득했다. 일단 둘이 뛰었던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는 NBA를 대표하는 양대명문이다. 나란히 17번의 파이널우승으로 역대 최다우승 공동 1위라는 점부터 심상치않은데 그래서인지 구단에 대한 소속팀 팬들의 프라이드 역시 매우 높다.

둘은 일단 같은 시기에 양팀에 합류했고 최고 신인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부터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대학시절 결승전 무대서 엄청난 대결을 펼쳤던 그들이 공교롭게도 NBA 동서부를 대표하는 팀으로 각각 들어간 것부터 드라마틱하다. 자유분방한 도시 LA와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의 매직, 보수적인 이미지의 보스턴과 시골출신 모범생 버드, 각각의 캐릭터 또한 소속팀, 연고도시와 기가막히게 어울렸다.

매직과 버드는 신인때부터 이미 미래를 책임질 간판스타로 평가받았고 각자의 구단에서도 그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한다. 당시 레이커스의 원투펀치는 매직 존슨과 카림 압둘자바, 보스턴은 래리 버드에 더해 케빈 맥헤일까지 리그 상위 클래스 백인선수가 둘이나 됐던 관계로 언론에서는 흑인 중심팀vs백인 중심팀의 컨셉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각종 개인 수상과 파이널 우승을 나눠가지며 어느 한쪽으로 무게추가 쏠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랜시간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고대 괴수로 불리는 윌트 체임벌린과 빌 러셀은 동시대를 지배한 센터라는 점에서는 괘를 함께하지만 우승횟수에서 차이가 너무 많이나며 팀 던컨과 케빈 가넷 등도 그러한 점에서 라이벌로서의 느낌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역대 선수랭킹에서 2위급으로 평가받기도했던 매직은 206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대형 포인트 가드다. 단지 사이즈만 커서 대형이 아닌 큰 체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지간한 주전급 단신 1번 이상의 리딩, 패싱능력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상대팀 입장에서는 재앙같은 선수였다. 빅맨급 신장으로 앞선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비롯 상황에 따라서는 포워드 혹은 센터까지도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름보다 더 유명한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매직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이미지는 패스의 마법사다. 상대팀은 물론 소속팀 동료들까지 속여버린다는 얘기가 나왔을만큼 현란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매경기 쏟아냈다. 리바운드를 잡기무섭게 상대측 포스트를 향해 뛰어가는 동료를 향해 신속 정확한 아울렛패스를 연결하는가 하면 시선, 동작과는 전혀 매치되는 않는 방향으로 노룩패스를 날리며 상대측 팬들에게까지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같은 매직의 마법같은 패스는 속공상황에서 더욱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는데 거침없이 뛰면서도 조금의 멈칫거림도 없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킬패스를 양산해내며 LA 특유의 패스트 브레이크를 선봉에서 이끌었다. ‘매직이 뛸 때 옆에서 같이 뛰어만줘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찬스를 받아먹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매직은 공격능력도 출중했다. 주포지션이 포인트가드로서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를 선호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이 직접 에이스가 되어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특히 페넌트레이션에 능했는데 패스와 직접 공격이라는 두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있었던지라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매번 헛갈릴 수 밖에 없었다.

큰 체격으로 성큼성큼 돌진해오다가 패스를 주는척 훼이크 동작을 쓴다음 부드럽고 유연하게 올려놓는 레이업슛은 전매특허중 하나였다. 스카이훅슛의 대가 카림 압둘자바와 함께해서 였을까. 순간적인 스핀무브후 블록슛을 무력화시키는 베이비 훅슛 또한 막기힘든 마법기중 하나로 명성을 떨쳤다.

10번 이상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한 것이 무려 9시즌이나 될 정도로 다재다능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파이널우승 5회, 파이널 MVP 3회, 정규시즌 MVP 3회, 퍼스트팀 9회, 어시스트왕 4회, 올스타 12회, 올스타전 MVP 2회, 스틸왕 2회 등 누구도 쉽게 넘보기 힘든 탄탄한 커리어를 남겼는데 HIV 보균자임을 밝히며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르브론 못지않은 기록의 소유자가 되었을지도 모를일이다.

매직의 유일한 라이벌로 불렸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드 역시 시대를 지배한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다. 매직같은 놀라운 운동신경은 없었지만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와 특유의 BQ 거기에 다양한 스킬을 앞세워 어떤 유형의 선수와 대적해도 자신이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쳤다. 무엇보다 승부욕이 엄청났던 선수라 경기장에서 뿜어내는 투지는 전쟁터에 나가는 투사를 연상케 했다는 평가다.

매직이 포인트가드이면서도 4~5번까지도 소화가 가능했 듯이 라이벌 버드 또한 비슷했다. 스몰포워드였지만 어지간한 빅맨과도 몸싸움이 가능했으며 가드를 연상케하는 시야, 패싱센스도 겸비하고 있었다. 둘다 주포지션은 있었지만 활동 영역이나 팀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버드는 내외곽을 넘나들며 외곽슛, 미드레인지, 돌파, 포스트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올렸다. 인상적인 것은 커리어 평균 10개에 육박할 정도의 리바운드다. 몸싸움에 능하고 박스아웃을 잘했던 것을 비롯 특유의 예측 능력과 투쟁심 등이 결합된 결과다. 속공에 능한 팀컬러가 아니었음에도 보스턴이 강했던 배경에는 케빈 맥헤일, 로버트 패리시의 4, 5번에 더해 3번 버드까지 리바운드 경합 등에 적극적이었던 이유가 크다.

버드의 또 다른 강점은 여기에 패싱능력까지 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매직처럼 화려함까지 동반해 눈을 사로잡는 유형은 아니었지만 당시 보스턴의 색깔을 드러내듯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패스를 통해 팀플레이에 최적화된 시너지를 보여줬다.

동료들과의 손발이 워낙 잘맞았던지라 어지간한 패스는 서로가 있는 방향으로 툭툭쳐내는 식의 터치형태로 주고받았으며 심지어 이러한 플레이를 노룩패스 스타일로 펼쳐보이기도 했다. 골밑에있는 빅맨에게 안정적으로 엔트리패스를 넣어주었으며 수비의 시선을 자신 쪽으로 돌린후 좁은 틈을 뚫고 찔러주는 어시스트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도였다.

패스의 질도 좋았지만 대부분의 패스가 반박자 빠르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상대팀 입장에서 대응하기가 쉽지않았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파이널 우승 3회, 파이널 MVP 2회 , 정규시즌 MVP 3회(3년연속), 퍼스트 팀 9회, 올스타 12회, 올스타전 MVP 1회, 3점슛 콘테스트 챔피언 3회, 신인상 등 매직못지않은 커리어를 만들어냈다.

아쉽게도 버드또한 매직처럼 전성기를 오래가져가지는 못했다. 워낙 몸을 사리지않고 플레이했던 탓인지 고질적인 등 통증에 양쪽 다 망가진 아킬레스건 등 크고작은 부상을 달고살았고 예상보다 빠르게 은퇴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매직이 HIV 보균자가 되지않았고 버드가 조금만 더 건강했더라면…, 거기에 더해 둘이 서로 각각 다른 시대에서 활약했더라면 어땠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새삼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매직 존슨 트위터 이미지 캡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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