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관계’ 조던과 토마스, 언제쯤 화해할까?
기사입력 2023.02.17. 오후 12:10 최종수정 2023.02.17. 오후 12:10
최근 ‘킹’ 르브론 제임스가 NBA 역대 최다득점을 경신함에 따라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의 비교가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제임스는 프랜차이즈 스타, 파이널 승률 등에서 아쉬움이 크지만 많은 나이까지 기량을 유지하면서 이른바 누적기록에서 괴수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전히 조던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많지만 르브론이 누적기록 및 수상경력 등을 더 쌓아나간다면 향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가운데 조던하면 따라다니는 인물이 또 한명있으니 다름아닌 1980년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안의 암살자' 아이제이아 토마스(61‧185cm)다. 토마스가 조던과 계속 엮이는 것은 현역때부터 이어온 ‘악연(惡緣)’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무척 싫어한다. 선수 시절 워낙 거칠게 충돌했던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지금까지 독설을 주고받으며 절대 풀어지지 않을 만큼 감정의 앙금이 쌓여있다.
당시 시카고의 에이스를 넘어 리그 최고의 득점 머신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조던을 막기위해 디트로이트의 수비가 많이 거칠었던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않아도 터프한 수비로 유명한데 당시 경기를 보면 폭력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던을 괴롭혔다. 물론 시카고도 맞대응하며 기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았지만 위험한 플레이의 수준이나 횟수에서는 디트로이트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그 외에도 그들은 온갖 악연과 좋지못한 기억으로 엮여있다. 조던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쪼잔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히거나 기분을 상하게하면 잊지않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조던은 1985년 자신의 첫 올스타전 당시 토마스가 일부러 공을 주지않고 투명인간 취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토마스는 자신은 부상때문에 후반전 대부분을 뛰지못했다며 진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는 입장이다.
외려 토마스는 드림팀1에서 자신이 탈락한 부분에 조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믿고 있다. 실제로 적지않은 증언이 쏟아지기도했고 어느 정도 정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토마스에 대한 감정이 상할데로 상해있던 조던이 그런식으로 복수했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닌 서로 주고받은 관계인지라 세월도 많이 흘렀고 어지간한 선수들같았으면 풀었을법도 하다.
하지만 둘다 자신감이 워낙 센편이고 최근까지도 상대를 저격하며 독설을 주고받았던지라 서로를 철천지 원수처럼 생각한다. NBA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숙적 관계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2020년 당시 미국 스포츠 전문사이트 CBS스포츠닷컴은 현역시절 조던의 라이벌 랭킹을 매기는 게시물을 올리기도했는데 1위가 토마스였다.
당시 농구를 보지않은 팬들 사이에서는 ‘토마스라는 선수가 조던과 라이벌 운운할 급이 되는가? 그저 입으로만 싸운다고 라이벌은 아니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절대 다르다. 역사상 최고의 농구선수로 평가받고있는 조던인지라 누구를 가져다대도 성이 안찰지는 모르겠으나 토마스 역시 한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다. 당시에만 잘한 것이 아닌 NBA가 선정한 50인의 위대한 선수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역대급 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흔히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왕조가 탄생하기 전까지 NBA를 양분한 것은 래리버드, 케빈 맥헤일, 로버트 패리쉬의 보스턴 셀틱스와 매직 존슨, 제임스 워시, 카림 압둘 자바의 LA 레이커스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9시즌동안 레이커스는 5번(준우승 2번), 셀틱스(준우승 2번)는 3번 우승을 가져갔다.
모제스 말론을 앞세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그 사이에서 한번 우승을 가져갔을 뿐이다. 휴스턴 로키츠는 두번이나 파이널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가운데 1991년 시카고의 첫 우승이 시작되기 전까지 2년 연속으로 패권을 차지한 팀이 있다. '배드보이즈'로 악명을 떨쳤던 디트로이트다. 1988년 레이커스와 맞붙은 파이널에서 부상악재 등이 겹치며 시리즈전적 4-3으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지않았다면 조던보다 먼저 3연패 위업을 달성했을 것이다.
탄탄한 조직력과 거칠다못해 비난이 쏟아질 정도의 육탄수비를 앞세워 동부 최강팀으로 군림했는데 조던의 시카고조차 이를 뛰어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젊은 시절 조던에게 넘어야할 대상은 레이커스도 셀틱스도 아닌 피스톤즈였다. 배드보이즈의 수장 토마스를 중심으로 조 듀마스, 빌 레임비어, 데니스 로드맨 등이 중심에서 활약했다.
토마스는 역대 최고의 가드중 한명이다. 신장은 작지만 단신 가드의 장점인 스피드에 더해 상대 센터의 공격까지 블록슛으로 쳐낼만큼 탄력 또한 대단했다. 시야와 볼핸들링이 워낙 좋은지라 낮은 드리블로 코트를 휘젓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 투박한 선수들이 많은 디트로이트가 기계적인 조직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고 포인트가드 토마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평가다.
체격이 크지않은 관계로 골밑에서 우겨넣거나 하는 등의 플레이는 쉽지 않았고 거기에 슈팅 능력까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집요한 드리블을 통해 어떻게든 공격을 성공시켰다. 거칠고 개성이 풍부한 디트로이트 선수단 사이에서 인정받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리스마와 영리함을 두루갖춘 보스 타입의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올해초 매직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조던과 토마스가 서로를 미워하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이제는 끝내야한다고 생각한다. 둘다 은퇴 후에도 잘 나가고있는데 왜 과거의 일에 얽매여 살아야할까 이해가 안된다. 그들의 사이를 풀어주고 싶다"며 화해를 위해 나설 것임을 밝혔지만 아직까지는 묘연한 상태다. 오랜 숙적이 언제나 감정의 앙금을 풀고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아이제이아 토마스 트위터 이미지 캡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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