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힘! KGC 선두질주의 비결
기사입력 2023.02.16. 오후 03:28 최종수정 2023.02.16. 오후 03:28
단체 스포츠에서 리더가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어차피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단 내에서 누군가 분위기를 잡아주는 리더가 있다면 팀워크는 더더욱 단단해진다. 카리스마, 솔선수범, 소통 등 유형은 여러 가지겠으나 선수들이 믿고 따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포르투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쟁쟁한 유럽강호들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곳곳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기량여하를 떠나 그간 대표팀은 해외 강팀을 만나면 주눅부터 들기 일쑤였는데 당당하게 맞서는 기세에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산전수전 다겪은 맏형 홍명보가 중심을 잘 잡아준 이유가 컸다는 평가다.
201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당시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 또한 그랬다. 당시 두산은 왕조라고 불릴만큼 시대를 지배하는 강팀이었다. 반면 KIA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큰경기 경험 등 여러 가지면에서 불리해보이는게 사실이었다. 두산이 1차전을 잡아내면서 실제로 그렇게되는 듯 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양현종이 완봉승을 거두며 흐름을 반전시켰다. 완봉승 직후 선수단 전체에게 파이팅을 불러일으키는 세레머니를 통해 다운되었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이는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끼쳐 우승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선수단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의 존재는 전력 이상의 보이지 않는 힘까지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오랜시간 강팀의 면모를 보였던 팀에는 하나같이 리더가 존재했다. KCC ‘이조추 트리오’의 주전 포인트가드 이상민은 신뢰와 소통을 통해 안팎으로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은 초년병 시절부터 경기중 선배들까지 불러모아 파이팅을 외치게할 만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리더가 꼭 실력적으로 우월할 필요는 없다. 전성기가 지났거나 주전으로 뛰지못한다해도 선수단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도 있다. KGC에서 데뷔해서 성장했던 김성철은 FA를 통해 전자랜들 이적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와 우승에 일조하며 선수 생활 말년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한창 때에 비하면 기량도 떨어져있었고 역할도 줄었으나 젊고 혈기왕성한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역할을 한 것을 비롯 코트에 나서면 출전시간에 관계없이 허슬플레이도 서슴치않으며 안팎으로 모범적인 베테랑 역할을 해줬다.
조우현은 2008~2009 시즌 도중 있었던 트레이드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겼다. 전자랜드가 서장훈과 김태환을 받고 강병현, 조우현, 정선규를 KCC로 보낸 것이다. 당시 조우현은 철저히 엑스트라에 가까웠다. 트레이드의 핵심은 서장훈과 강병현(+정선규)이었고 나이많고 부상도 달고 살았던 조우현은 스포트라이트에서 철저하게 빗겨갔다.
한창때 명성을 생각하면 자존심이 상할 일이었으나 조우현은 달랐다. 경기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지만 작전타임시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감독의 말을 경청하고 벤치에서 후배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툭하면 토라지는 하승진을 달래주는 등 후배들의 말을 누구보다도 잘들어주는 선배였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저 친구가 저렇게 변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하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KGC 인삼공사가 최근 꾸준하게 강팀으로 군림하고있는 배경에도 리더의 힘이 크다는 분석이다. KGC는 올시즌을 앞두고 두 번의 우승을 만들어낸 김승기 감독과 주전 슈터 전성현이 팀을 떠났다. 외국인선수도 그대로인점을 감안했을 때 전력손실만 도드라져보였다. 어느 정도의 성적은 올리겠지만 우승후보까지는 힘들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혹평을 깨고 KGC는 현재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여기에는 배병준의 재발견, 렌즈 아반도의 가세 등도 영향이 있었겠으나 그간 코트 안팎에서 베테랑 리더십을 발휘한 양희종(38‧193.1cm)과 대릴 먼로(37‧197cm)의 존재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적지않은 나이로 인해 주로 식스맨으로 뛰고있지만 선수단에 끼치는 영향력은 첫 우승을 이끌어냈던 김성철과 비슷해보인다.
양희종의 리더십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수비와 리더십을 통해 팀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는 평가를 받고있을 만큼 타고난 캡틴 성향이 짙다. 공격력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클러치 상황에서는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이는지라 여전히 든든한 빅게임 해결사로 불린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먼로의 역할도 적지않다. 용병이라는 또다른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인선수와 팀은 비즈니스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언제든지 서로간 이익 관계에 따라 헤어질 수 있는 사이인지라 끈끈함같은 것은 찾아보기 쉽지않다. 다른 리그 진출도 생각해야하기 때문에 개인 성적에 대한 부분도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다. 먼로는 다르다. 코트 안에서는 철저히 팀플레이 위주로 움직이고 코트 밖에서도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소통에 적극적이다.
신체능력이 예전같지 않은 관계로 포스트 장악력, 득점능력 등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특유의 시야를 바탕으로한 패싱플레이를 통해 동료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해준다. ‘포인트 센터’로 불릴 정도로 적지않은 공헌도를 자랑한다. 출장시간에 대한 욕심도 없다. 짧은 시간 코트에 나서더라도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고 벤치의 지시에 묵묵히 따른다.
먼로는 1옵션 외국인선수 오마리 스펠맨(25‧206cm)의 멘토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스펠맨같은 경우 기량은 빼어나지만 아직 젊은 관계로 간혹 뜨거워진 피를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감정적으로 흥분도 잘한다. 이를 다독여주고 잡아주는 선수가 바로 먼로다. 거기에 더해 올시즌에는 아반도의 적응까지 돕고있다. '먼로는 플레잉코치같다'는 말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이유다. 양희종과 먼로, 두명의 든든한 리더가 있는 이상 KGC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이청하 기자,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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