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KCC 슈터 역사, 이근휘는 다를까?
기사입력 2022.10.25. 오후 03:52 최종수정 2022.10.25. 오후 03:52
안정적인 볼 핸들링을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나가줄 야전사령관, 듬직한 골밑지킴이 등 시대별로 트랜드가 바뀌어도 강팀의 조건으로 분류되는 변함없는 요소가 몇개 있다. 확실한 슈터의 존재도 그중 하나다. 아무리 농구가 골밑 싸움이라고해도 외곽 지원 사격 없이는 공수에서의 빡빡함을 풀어나가기 힘들다. 내외곽이 조화를 이뤄야만이 해당팀의 밸런스가 제대로 잡힐 수 있다.
최근에는 3점슛의 비중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공간을 넓게쓰는 전술이 유행하면서 NBA는 물론 KBL 또한 슈팅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4, 5번 포지션의 선수에게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외곽슛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KBL에서는 주전급 전문 슈터를 쉽게 찾아보기 힘든게 사실이다.
어느 정도 3점슛은 갖추고있는 선수들은 넘쳐나지만 캐롯 전성현, KCC 허웅, 상무 김낙현 정도를 제외하고는 ‘주전급 슈터’라고 딱 떠오를만한 선수는 많지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있는 수비전술도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현재 추세에서 슈터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슛만 좋아서는 힘들다.
각종 첨단기기까지 동원해 해당 선수의 움직임을 세세하게 분석하는가하면 팀 디펜스 차원에서도 슈터가 마음놓고 슛을 던지지 못하게 하는 전술이 다양하다. 때문에 존재감있는 슈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비수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슛을 던질 수 있는 자신만의 비기를 갖추던지 아님 경기내내 엄청난 활동량으로 코트를 뛰어다니며 스스로 찬스를 잡을줄 알아야 한다.
슈터에게도 운동능력, 체력 등이 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거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볼 핸들링을 갖춰서 이대이 게임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금상첨화다. 그만큼 요즘 시대에서 슈터로 살아남는 것은 과거보다도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대학무대에서 명성을 떨쳤던 쟁쟁한 슈터들이 프로의 벽을 넘지못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터 조성원은 1차 왕조 시절 KCC의 가장 믿는 구석중 하나였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이상민-맥도웰 콤비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조성원의 외곽슛은 상대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신장은 작았지만 운동능력, 스피드에서 리그 정상급을 다퉜으며 슛 타이밍마저 정석과는 거리가 멀어 상대팀에서 수비하기 매우 까다로워했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자주 터트리며 ‘4쿼터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바 있다.
조성원으로 큰 재미를 봤던 KCC는 이후에도 슈터보강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트레이드, 신인드래프트를 가리지 않고 신경을 썼다. 하지만 아쉽게도 FA로 허웅을 영입하기 전까지 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슈터는 나오지 않았다.
조성원과 트레이드됐던 장신 슈터 양희승은 전성기가 지나 있었으며 윤호성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대형 외국인선수 코트니 심스를 내주면서까지 데려온 김효범은 부상과 그로인한 기량 저하로 장점보다 단점만 부각되는 기복심한 모습을 반복했다. 2군 신화의 주인공 최지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백업슈터로 잠시나마 쏠쏠한 역할을 해줬던 이동준, 정선규는 슛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센스, 스피드, 테크닉, 시야, 수비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슛 하나만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재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구단차원에서 제대로 키워보려고 했던 장신 슈터 장민국은 김태술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트레이드로 떠나보냈으며 허웅을 지나치면서까지 뽑았던 김지후 조차 희망고문만 반복하다가 결별하고 말았다.
부상과 재활까지 기다려주면서 애지중지했던 김국찬 또한 라건아-이대성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트레이드된 바 있다. 구단 입장에서 가장 아픈 손가락은 단연 김민구다. 조성원 이후 언급된 선수들은 기량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김민구는 달랐다. 대학교시절 국가대표에 뽑혔고 국제대회에서 수상까지 했을 정도로 싹이 다른 슈퍼스타 후보였다. 단순한 주전급 슈터를 넘어서 1번 포지션까지 가능할 정도로 돌파, 리딩, 센스 등을 두루 갖춘 전천후 테크니션이었다. 3차 왕조를 이끌 차세대 간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음주사태를 일으키며 본인은 물론 팀에도 치명타를 가하고 말았다.
이렇듯 잔혹사에 가까운 실패 속에서도 KCC의 슈터 보강은 멈추지않았다. 비시즌 FA로 영입한 허웅, 2020년 드래프트 당시 1라운드 8순위로 지명한 '몽골독수리' 이근휘(24‧187cm) 키우기가 대표적 예다. 특히 이근휘같은 경우 대학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아마시절에 비해 지난 두시즌간 아쉬운 모습만 노출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창진 감독은 끊임없이 공을 들였다.
이근휘는 슈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선수로 꼽힌다. 단순히 슛이 좋은 것을 떠나 운동능력, 체력, 성실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발목을 잡았고 그로인해 제대로 코트에 서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감독은 비시즌마다 이근휘를 언급하며 여전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슈터로서의 재능 만큼은 진짜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드디어 올 시즌 이근휘의 진가가 조금씩 드러나는 모습이다. 첫 두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치며 ‘올시즌도…’라는 탄식을 자아내며 실망스런 출발을 했으나 이후 두경기에서 제대로 가능성을 뽐냈다. 현대모비스전에서 27분 37초동안 뛰며 13득점(3점슛 3개),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예열을 마치더니 시즌 초반 최대 강호로 떠오른 KGC를 맞아 38분 20초동안 23득점(3점슛 7개), 5리바운드로 펄펄날았다.
팀내 최다 출장시간, 최다 득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체력, 득점력 등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으며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했다는 평가다. 오늘 KCC는 복병 캐롯을 상대로 연승 도전에 나선다. 캐롯은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이 버티고 있는 팀이다. 이근휘가 전성현을 상대로도 쇼타임을 펼칠 수 있을지 신구 최고 슈터 대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홍기웅 기자, 박상혁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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