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이승현, 이지스함 ‘두목 항해사’될까?
기사입력 2022.10.23. 오전 09:01 최종수정 2022.10.23. 오전 09:01
‘기록과 관계없이 팀의 에너지 레벨을 올려주는 선수!’ FA를 통해 올시즌 전주 KCC로 둥지를 옮긴 이승현(30‧197cm)에 대한 팬과 관계자들의 일관된 평가다. 득점, 리바운드 등 특정 영역에서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는 선수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궂은 일을 포함해 경기 흐름의 전 영역에 관여하며 소속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그야말로 전천후 살림꾼이다. ‘이승현의 가치는 함께 뛰는 선수들이 가장 잘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CC는 올 시즌 성적을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팀중 하나로 꼽힌다. 객관적 전력에서 경쟁팀들에 비해 밀리는데다 부상병동,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 론대 홀리스-제퍼슨의 적응여부 등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허웅, 이승현의 영입, 명장 전창진의 존재, 전통의 강호 등 기대해볼 부분도 충분히 있는지라 마냥 약체로 보기에도 어렵다.
LG전, 현대모비스 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으나 주전들이 많은 시간을 뛴 시즌 첫경기에서 우승후보 한국가스공사를 꺾었으며 현대모비스전에서도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종료 직전까지 접전을 펼쳤다. 변수중 일부만 상수가 되어도 충분히 저력을 드러낼 수 있는 팀이다는 평가다. 거기에 이승현의 합류는 약체로 분류하기에 어려운 가장 큰 이유중 하나다.
이승현은 팀 플레이의 정점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선수다. 단순히 본인 매치업 상대를 잘막고 꾸준하게 득점을 올리는 수준을 떠나 수비, 허슬, 스크린플레이, 2대2플레이 등 온갖 궂은 일과 팀 플레이를 통해 동료들이 좀 더 많은 기회를 받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게 자리를 깔아준다.
이승현의 수비는 동급 최강으로 꼽힌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를 바탕으로 국내 빅맨 자원은 물론 어지간한 외국인선수와도 어느 정도 몸싸움이 되는지라 이승현이 버티고 있으면 상대 입장에서는 쉽게 포스트업을 시도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시즌까지만해도 상당수 팀에서 힘좋은 토종 4번을 동원해 대놓고 포스트업을 치며 KCC 골밑을 노렸지만 올시즌에는 그런 모습이 확연하게 줄었다.
여기까지만하더라도 이승현으로 인한 수비 효과는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승현의 명품 수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수비시에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읽어가며 적재적소에서 도움수비를 들어가는데 능하다. 주로 미들라인, 포스트가 주 활동 범위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외곽까지 뛰어들어가 상대 슈터의 3점슛까지 견제해준다.
힘세고 센스좋은 수비수가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부지런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저렇게까지…’라는 표현이 나올만큼 적극적이다못해 필사적으로 수비한다. 빅맨치고 높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낙구지점 포착을 잘하는데다 힘과 적극성을 바탕으로 한발 앞서 자리를 잡는지라 본인 보다 큰 선수를 상대로도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이승현이 있으면 슈터들도 편해진다. 갈수록 수비전술이 발달하면서 슈터들은 이제 단순히 슛만 잘 쏜다고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쉽게 공조차 잡기 힘들 정도로 강한 압박에 사이즈 큰선수들이 수시로 체크를 들어오면 오픈찬스는 커녕 제대로 자세를 잡고 슛쏘기도 쉽지않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타이밍을 속일 수 있어야만 슈터로서 생존이 가능해졌다.
거기에 ‘좋은 슈터와 아닌 슈터의 차이는 스크린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가느냐에 따라 갈린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스크린 활용은 필수다. 이승현은 그런 스크린 플레이에 있어서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그는 아마 시절부터 교과서적인 스크리너로 불렸다. 탄탄한 몸을 앞세워 쉴새없이 스크린을 걸어주며 동료들을 살려주는 것을 비롯 그 과정에서 미스매치가 나거나 포스트인근에서 기회가 생기면 본인이 직접 해결해버린다.
그간 묵직한 주전 4번이 없었던 KCC는 그러한 스크린 플레이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라건아가 스크린을 걸어주기 위해 앞선까지 나오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하지만 이승현의 존재로인해 라건아의 체력 세이브가 용이해졌고 상황에 따라서는 교대 혹은 이중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전략전술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국가대표팀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본 주전 2번 허웅은 물론 부활을 노리는 전준범, 기대주 이근휘 등 슈터들에게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이 추구하는 모션오펜스와도 궁합이 잘맞는다. 이승현 한명의 존재로 인해 공수에서 많은 변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이지스함은 유현준, 이정현, 송교창 등 기존 핵심 측량사, 조타수, 조범수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일인이역 이상 역할이 가능한 이승현의 존재는 그저 든든하기만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우려를 ‘두목 항해사’ 이승현이 싹 지워줄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윤민호 기자, 유용우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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