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레전드 오카미, 불혹 넘어서 승리 추가?
기사입력 2022.11.10. 오전 10:41 최종수정 2022.11.10. 오전 10:41
19일 원챔피언십 163번째 넘버링 대회서 동남아 빅네임과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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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카미 유신(사진 왼쪽)과 전 원챔피언십 미들급,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아웅라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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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 Championshi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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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격투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MMA 파이터는?' 한때 난공불락의 패밀리로 불렸던 그레이시 가문의 헌터로 떠올랐던 'IQ레슬러' 사쿠라바 카즈시, 두 차례 UFC 챔피언타이틀전을 치렀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 등 종합격투기 팬이라면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떠오른 선수들이 몇 있을 것이다.
최고의 그래플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썬더(Thunder)' 오카미 유신(41·일본)도 후보 중 한명이다. 서양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사이즈(188cm)를 자랑했던 그는 특히 레슬링과 주짓수에 모두 능했던지라 그래플링 쪽에서 경쟁력이 뛰어났다. 사우스포와 긴 리치의 장점을 살려 스탠딩에서 아웃파이팅을 구사하다가 기회다 싶으면 번개같이 달려들어 상대를 테이크다운 시켰는데 일단 찬스를 잡으면 좀처럼 포지션을 내주지 않을 정도로 힘과 테크닉 거기에 참을성(?)까지 모두 갖췄다.
그라운드로 끌고 간 상대에 한해서는 끊임없는 압박과 포지션 변화를 통해 어지간해서는 반격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상대를 요리하는 것을 즐겼는데 일단 덫에 걸리게 되면 상대는 경기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한창때 동 체급 라이벌로 꼽히던 마이크 '퀵' 스윅이 3라운드 내내 그라운드 압박에 시달린 끝에 한계를 느껴 웰터급으로 전향했을 정도다.
다소 지루한 포지션 압박형 그라운드 스타일로 인해 한창 때에도 같은 일본 스타 파이터들인 '불꽃구슬소년' 고미 다카노리, 사쿠라이 '마하' 하야토, '신의 아들' 야마모토 노리후미 등에게 인기 면에서 밀리는 분위기였지만 UFC 무대서 뛰는 동양인 자체가 많지 않던 2006년부터 해당 무대에서 뛰며 2013년까지 무려 18전을 소화한 것은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다소 지루한 플레이를 펼치는 동양권 그래플러인지라 주최측에서 좋아할만한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일단 성적(13승 5패) 자체가 좋았던지라 롱런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비록 별다른 힘도 못쓰고 무너지기는 했지만 전설적 타격가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와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르기도 했다.
오카미는 이후 2017년 늦은 나이로 옥타곤에 다시 돌아와 3전을 추가로 더 뛰며 1승 2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UFC에서만 20전을 넘게 뛰게 된 것이다. 프라이드, 판크라스, Deep, GCM, ROTR, WSOF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격투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UFC무대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이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아시아 최대 격투기 단체 '원챔피언십(ONE Championship)'으로 넘어와 여전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웰터급 챔피언 키암리안 아바소프(29·키르기스스탄/러시아), 웰터급 도전자 출신 제임스 나카시마(34·미국)에게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혹평도 들었으나 3번째 경기였던 아길란 타니(27·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이빨을 꽉 깨물었다. 타니 역시 타이틀매치 경험자였다.
아슬아슬한 판정승이었고 이미 40살을 바라보는 상황이었음을 감안 했을 때 거기가 마지막일 듯 싶었다. 실제로 2019년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불혹을 넘어서도 유신의 피는 식지 않았다. 다시금 돌아와 중년의 투혼을 불사를 기세다. 오는 19일 싱가포르에서 있을 원챔피언십 163번째 넘버링 대회가 그 무대로 상대는 전 원챔피언십 미들급,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출신 아웅라안상(37·미국/미얀마)이다.
아웅라안상은 원챔피언십이 미얀마에서 9차례 이벤트를 개최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만큼 인지도가 높고 인기가 좋았다는 소리다. 2017~2020년 미들급 챔피언(1차 방어), 2018~2021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3차 방어)을 지냈다. 원챔피언십 11년 역사에서 합계 4차 방어 성공은 2번째로 많다. 두 체급 챔피언 자리를 동시에 유지한 980일은 역대 1위, 타이틀전에서 모두 6승을 거둔 것은 역대 5위에 해당한다. 미얀마를 넘어 동남아시아 종합격투기 레전드라 말하기에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아웅라안상은 유신에 대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봤을 때 아시아 종합격투기 전체가 우러러볼 만한 존재다. 그러나 업적에 주눅들 생각은 없다. 공이 울리면 달려나가서 부숴버리고, 깨트리겠다. 물러설 생각은 없다. 원챔피언십 미들급 왕좌를 되찾을 명분을 얻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며 전의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물론 유신 입장에서도 아웅라안상은 대형 사냥감이다. 현재 기량으로 봤을 때 쉽지 않아 보이지만 승리할 경우 단숨에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다. 메이저 단체 커리어를 좋아하는 주최측 입장에서도 다시금 밀어줄 것이 분명하다. 멈추지 않는 격투 열정을 드러내고 있는 유신이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 승리를 추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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