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 유기상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수비

슈터 유기상의 미래가 밝은 이유는 수비

입력2024.03.01. 오후 2:58 기사원문

​

 

​프로 무대에서 슈터로 성공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수비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말 그대로 슈터는 슛을 무기로하는 포지션이다. 외곽에서의 정확한 한방으로 상대 수비의 얼을 빼놓거나 카운터를 먹히는 역할이 슈터아닌가. 맞다. 슈터를 전장에 비유하면 저격수에 해당된다.

​

먼거리에서 정확하게 한방을 날리고 그로인해 상대 팀의 수비 범위까지 강제로 넓혀버리는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확실한 슈터가 있고없고에 따라 해당팀의 전력 밸런스가 달라질 정도다. 이를 입증하듯 강팀으로 불리며 좋은 성적을 올렸던 팀에는 하나같이 빼어난 슈터가 버티고있었다.

​

보통 강팀을 얘기할 때 첫번째로 거론되는 것은 야전사령관과 빅맨이지만 거기에 정점을 찍는 존재는 슈터라고해도 과언이아니다. 얼핏 궤변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슈터는 흔하면서도 귀한 존재다. 아마, 프로에 걸쳐 슈팅력이 강점이 있는 선수들은 차고 넘친다. 손끝 감각도 어느정도 타고나야하는 재능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부분에 비해 훈련량으로 어느 정도 성과가 가능하다.

​

사이즈는 작은데 기동성, 운동능력이 특별하지않고 시야, 리딩 등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선수들에게 슈팅은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아마 무대에서는 슈팅 원툴로도 적지않은 득점을 만들어내며 이름을 알리는선수도 적지않다. 하지만 프로로 장소가 옮겨지게되면 다르다.

​

같은 슈터중에서도 눈에띄는 슛감각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준수한 정도의 슈팅 능력으로는 살아남기 쉽지않다. 아니 애매하게 슛만 좋은 선수는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받기 조차 쉽지않다. 적어도 슛을 장점으로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학창시절부터 동년배 혹은 본인이 속한 리그에서 손꼽히는 슛쟁이 출신이라고 보는게맞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에서 이름을 날리는 케이스는 극소수다. 슛이 좋은 선수가 그렇게 많았고 현재도 많음에도 각 구단 감독들은 슈터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슈팅력이 강점인 선수중 각팀에서 주전 혹은 키식스맨으로 뛰는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다. 슈터는 흔하면서도 귀하다고 앞서 표현했던 이유다.

​

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농구에서 슛 원툴인 선수가 살아남기는 대단히 힘들다. 포인트가드의 공격가담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빅맨에게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슈팅력과 기동성이 요구될 정도로 공간 활용이 중요시되는 시대인지라 하나의 역할에만 특화된 선수는 공헌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지난시즌 중반기까지의 전성현처럼 전담 수비수는 물론이거니와 더블팀, 트리플팀까지 뚫어내고 고감도 외곽슛을 적중시키지 않는 이상 슛외에 다른 부분에서의 역할은 필수다. 대표적인 것이 수비다. 부상이전 김민구(은퇴)처럼 돌파, 리딩, 패싱게임 등 모든 부분에 능한 슈터는 유니콘같은 존재다.

​

감독들도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수비는 다르다. 한쪽에서 수비구멍이 생겨나면 다른 동료들이 지속적으로 도움수비를 가야하는 등 전체적인 수비 시스템의 균열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지라 슈터에게도 수비는 필수다. 공격에서 20득점 이상을 해낸다해도 수비에서 그이상을 허용하거나 혹은 많은 실점에 영향을 끼치게되면 득실마진에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

​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NBA등 다른 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대팀의 전략적인 타킷이 되지않는 정도만이라도 원하고있고 거기에마저 충족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슛이 좋더라도 코트에 나서는 시간은 지극히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수비까지 갖춘 3&D자원의가치는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간결하게 볼 소유를 가져가는 슈터가 수비를 잘하거나 열심히 할 경우 활동도가 매우 높아진다. 슈터의 특성상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격에서의 기복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반면 안정된 수비는 늘 꾸준할 수밖에 없는지라 슛감이 안좋은 상태에서도 팀에 도움을주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

DB 초창기 시절 원주의 날개로 맹활약을 펼쳤던 양경민과 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클레이 탐슨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공수겸장 스타일은 어떤 구성에도 잘맞는 조각인지라 지도자들이 매우 선호한다. 슈터에게 수비가 중요한 것은 이근휘와 한희원의 경우에서도 잘 알 수 있다.

​

대학 최고의슈터로 불렸던 이근휘는 슈팅능력 하나만큼은 리그 상위권으로 꼽히지만 수비에서의 약점이 발목을 잡아 몇시즌째 제한된 출장시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희원은 수비 실력 향상을 통해 ‘실패한 2픽’의 혹평을 딛고 소속팀에서 핵심 멤버로 발돋움한 것을 비롯 얼마 전에는 30살이 넘은나이로 국가대표까지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

그런점에서 LG의 미래로 불리는 신인 유기상(23‧188cm)은 팬들사이에서 남다른 호평을 받고 있다.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정확도 높은 3점슛을 꽂아넣는 한편 수비에서도 제몫을 해주고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마인드와 패기넘치는 활동량에 윙스팬(197cm) 또한 신장에 비해 좋은지라 전방위로 압박이 가능하다.

​

물론 리그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디펜더와 비교하면 여러 가지면에서 모자라보일 수 있다. 하지만 루키 슈터가 평균 이상의 수비력으로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팀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로테이션 수비전술을 잘 이해하고있으며 박스아웃, 탭아웃 등 눈에 보이지않는 공헌도도 상당하는 평가다.

​

선수층이 두터운 LG에 지명되었음에도 시즌초부터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에는 슛 외에 수비, 작전 이해도 등 다른 부분의 영향도 컸다. 그결과 유기상은 자신보다 먼저 지명되었던 문정현(1순위), 박무빈(2순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출전경기수를 가져가며 신인왕레이스에서 속도를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

현재 41경기를 소화했으며 평균 7.76득점, 0.41어시스트, 2.10리바운드, 0.76스틸, 0.46블록슛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장기인 3점슛은 경기당 0.71개(9위)를 던져 41.18%(5위)의 성공률을 기록하고있다. 수비능력까지 갖춘 유기상이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문복주 기자

​

김종수 oetet@naver.com

​

Copyright ⓒ 점프볼.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