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맛은 덜할지라도 누구보다도 꾸준하고 든든한 기둥같은 존재’, 현재 KBL을 대표하는 빅맨을 꼽으라면 원주 DB 프로미의 선두질주를 이끌고있는 김종규(33‧206.3cm)를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물론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젊은 피의 반란을 주도하고있는 하윤기(25‧204cm), 올시즌 커리어하이를 맞고있는 팀 동료 강상재(30‧200cm)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김종규만한 토종 빅맨은 없다는 평가다. 어느덧 노장축에 들어가면서 기량이 꺽일때가 됐다는 예상을 비웃듯 매시즌 꾸준하게 자신의 몫을 해주고 있다. 사실 김종규에 대한 평가절하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전체 1순위 출신, 국가대표 등 쏟아지는 높은 기대감 만큼이나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쉬움의 목소리도 컸다.
국내에 몇없는 아니 역대로 봐도 매우 드문 주전급 토종 빅맨자원이다보니 하필이면 비교대상도 서장훈, 김주성, 오세근 등 레전드들이었다. 하나같이 정규시즌 MVP 타이틀 및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끈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김종규는 두 개다 이루지 못했다. 적지않은 팀 공헌도를 보여왔음에도 적지않은 혹평이 따라다녔던 이유다.
정규시즌 MVP같은 경우 어느 정도 운도 따라야 한다. 팀 성적과 더불어 객관적인 데이터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른바 커리어하이급 성적이 필요하다. 단순히 꾸준히 잘하기만해서는 수상이 쉽지않다. 과거 ‘소리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던 추승균이 그랬고 현재는 김종규가 그렇다. 반면 박상오같은 경우 커리어 전체로 보면 역대급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확실한 자신의 시즌을 통해 MVP 영예를 차지한 바 있다.
2013~14시즌 데뷔이래 지금까지의 정규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김종규의 꾸준함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통산 491경기에 출전해 평균 11.41득점, 1.50어시스트, 6.14리바운드, 0.51스틸, 0.95블록슛을 기록하고있는데 대부분의 시즌이 이와 비슷하다. 아슬아슬하게 채우지못한 2시즌을 빼고는 모두 40경기 이상 코트에 나섰으며 대부분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실패한 시즌은 2020~21시즌 뿐으로 아슬아슬하게 9.79득점에 그치고 말았다. 리바운드 수치 또한 5개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스틸, 블록슛 역시 큰부침없이 꾸준했다.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늘 일정 수준 이상의 공헌도가 보장된 이른바 견적이 서는 선수라 할 수 있다. 많은 프로팀 관계자들이 김종규를 욕심내는 이유다.
2020~21시즌 이후 다소 주줌하던 김종규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다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올시즌 활약은 눈부시다. 그가 가장 성적이 좋았던 때는 2019~20시즌이다. 43경기에서 평균 13.28득점, 1.98어시스트, 6.07리바운드, 0.37스틸, 0.84블록슛으로 자신의 가치를알렸다.
올시즌 거두고 있는 성적은 그때 못지않다. 43경기에서 평균 12.02득점, 1.02어시스트, 6.21리바운드, 0.44스틸, 1.14블록슛(3위)로 고른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이 남았다는 것에 비쳐봤을 때 어찌보면 내실은 더 좋다. 당시 김종규의 야투성공률은 51.41%, 3점슛 성공률은 29.69%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각각 60.29%(2위), 45%로 엄청난 고효율을 과시하고 있다.
공격횟수를 많이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저런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수비, 스크린, 리바운드 등 궂은 일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DB는 한창 때의 산성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1옵션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7‧201cm)이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있는 가운데 자신의 색깔을 찾은 강상재(30‧200m)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2옵션 외국인선수 제프 위디(34‧213cm)도 점차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유의 높이에 위력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김종규의 존재가 크다는 분석이다. 개인 성적에 욕심내지않고 묵묵하게 높이의 중심에 서며 로슨과 강상재가 마음놓고 날개를 펼 수 있게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올시즌이 끝나면 김종규는 2번째 FA를 맞게 된다. 현재로서는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변함없는 경기력에 더해 멘탈, 리더십 등 보이지않는 전력 공헌도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일부 특정팀에 빅맨 자원이 몰려있고 고교, 대학 무대에 걸출한 빅맨 유망주가 별반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희소성 또한 크다 하겠다. 늘 한결같은 믿을맨 김종규가 올시즌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FA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문복주 기자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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