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Leader)’, 지도자,대표, 수장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얼핏 보면 비슷할듯 싶지만 보스와는 의미적으로 차이가 있다. 보스가 실권을 쥐고 명령을 내리는 책임자라면 리더는 직접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모든 보스가 리더를 의미하지않는 이유다.
보스는 권위적이다. 일단 지시를 내리면 받아야하는 쪽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리더는 다르다. 독선적인 리더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상대를 이해를 시키거나 동기부여를 불러일으키면서 나를 따르라는 마인드를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독선적인 리더조차 앉아서 손짓으로 명령만 내리지는 않는다. ‘가라’가 아닌 ‘가자’인 것이다.
농구에서도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는 물론 NBA에서도 잘 나가는 팀의 조건중 하나로 확실한 리더의 존재를 꼽는다. 팀 분위기, 팀컬러 등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팀을 통솔하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지만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분에서는 노련한 고참급 리더도 그에 못지않다.
선수단이 믿고 따르는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중심을 잡아주면 해당 팀은 오랫동안 좋은 분위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대표적이다. 스몰마켓으로 분류되지만 어지간한 빅마켓 못지않은 결과물을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에는 훌륭한 리더들의 역할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샌안토니오 같은 스몰마켓은 빅마켓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 쉽지않다. 적어도 머니게임에서는 경쟁력이 높지않다고 보는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냈고 그 과정에서 쟁쟁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배출됐다. 이적시장에서의 과감한 영입보다는 치밀한 스카우트와 전술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행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외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다른 국가들의 선수에 대해서 일찍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좋은 효과를 봤다. 문화와 성향이 각자 다른 다국적 선수단의 특성상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어떤 팀보다도 끈끈하고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여기에는 샌안토니오를 이끄는 리더들의 출중한 리더십이 큰 영향을 끼쳤음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샌안토니오의 상징중 하나가 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보스이자 리더같은 인물이다. 경기 중의 그는 매우 엄격한 보스다.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가차없이 혼내고 심지어 욕까지 한다. 인터뷰 때도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프로라면 거기에 걸맞는 정신 자세와 행동이 따라야한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수단의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 경기 중에는 무척 엄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후보 선수들까지 한명한명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해주기 때문이다. '네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다'를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최근에는 리빌딩 상황상 하위권을 면치못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랜시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고 그 과정에서 일관된 성향을 보여왔는지라 팀 장악력이 무척 좋은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샌안토니오 역사를 잇는 데이비드 로빈슨, 팀 던컨의 조용한 리더십도 빠트릴 수 없다. 1990년대만해도 리더십이라하면 디트로이트 배드보이즈의 수장 아이재이아 토마스나 시카고 불스 마이클 조던처럼 '나만 믿고 따라와'같은 강성이 대세였다. 로빈슨은 달랐다. 좀처럼 싫은 소리를못하는 유순한 성격이다보니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방식으로 팀에 영향을 끼쳤다.
'내가 모범을 보이면 동료들도 따라오겠지'같은 스타일인데 다행히도 샌안토니오 동료들이 잘따라주었다. 포포비치가 엄격하면서도 정많은 아버지라면 로빈슨은 성실하고 모범적인 착한 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던컨도 비슷하다. 로빈슨급으로 말도 안되게 순하지는 않지만 허당 캐릭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카리스마나 강성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실력적으로 오랜시간 리그 정상급을 유지했고 경기 중에 너무나 든든한 기둥인지라 선수들이 알아서 믿고 따랐다. 던컨에 이은 역시 착한 작은 형이라고보면 맞겠다. 이같은 리더들의 성향은그대로 샌안토니오의 문화가 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는 웸반야마가 어떻게 팀을 이끌지 주목되는부분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오랜시간 강호로 롱런하는 팀에는 튼실한 리더가 존재했다. 전주 KCC 시절의 추승균, 울산 현대모비스의 양동근, 안양 KGC의 양희종 등이 대표적이다. 하나같이 코트안팎에서 후배들이 보고 배울만한 귀감이 되는 존재였고 그들이 있는 동안 팀은 어지간한 시련에도 흔들리지않는 굳건함을 자랑했다. 현역 중에서는 SK 김선형이 그런 리더로 꼽힌다.
조우현은 KCC시절 리더는 아니었지만 리더 혹은 고참이 보여줘야할 모습을 통해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바 있다. 당시 강병현, 정선규와 함께 트레이드되어온 조우현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않을 노장에 오랜시간 부상으로 신음해온지라 끼워맞추기식으로 데려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때 날렸던 선수인지라 약팀같으면 어느 정도 경기 출장을 가져갈 수 있었겠지만 쟁쟁한 젊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그가 낄 틈은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조우현은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자신은 경기를 뛰지못하더라도 누구보다도 덕아웃에서 열정적으로 동료들을 응원하고 작전타임시에도 모든 이들이 느낄만큼 진지하게 감독 말을 경청했다.
유독 허재 감독에게 애정어린 질책을 많이 받았던 강병현과 예민한 성격 탓에 수시로 토라졌던(?) 하승진을 달래주는 것도 조우현의 몫이었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다. 본인이 팀을 위해 스스로 나선 것이다. 팀내 최고참중 한명이 그렇게나오자 KCC 작전타임은 늘 경청의시간이었고(조우현이 그렇게 하지않았어도 허재 감독의 카리스마상 어수선하지는 않았겠지만) 분위기 또한 밝았다.
당시 KCC가 급조된 조합이었음에도 원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조우현이 오랜만에 코트에 나서자 KCC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모범적인 행보를 보여준 베테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리더란 그런 존재다. 나이가 많다고, 팀에 경기적으로 영향력이크다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거나 그러면 팀이 망가질 수 있다. 동료나 후배들 역시 그릇된 부분을 배우게된다. 품격있는 리더는 모두가 원하고 존경하는 존재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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