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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밸런스와 수비 조직력이 먼저

농구

by 멍뭉큐라덕션 2024. 9. 2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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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밸런스와 수비 조직력이 먼저

입력2024.03.05. 오전 8:31 기사원문

 

높은 이름 값을 가진 선수들이 한팀으로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른바 슈퍼팀은 결성 초기부터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기 일쑤다. ‘이 선수가 저 선수와 함께 뛰어?’ 등 그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묵직한 라인업을 현실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풀이 넓고 시장이 큰 NBA같은 경우 최근 들어서 그러한 기조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KBL에서도 슈퍼팀 혹은 거기에 가까운 팀들이 하나둘 생겨나는 모습이다. 연이은 드래프트 행운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팀도 있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인위적으로 결성하는 팀도 생겨났다. KBL같은 경우 슈퍼팀이라는 개념이 생겨난지도 얼마되지않았고 데이터가 적은지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제는 꽤 오랜기간 동안 데이터가 쌓인 NBA를 보면 슈퍼팀이라고 꼭 이름값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워낙 대단한 선수들이 뭉친 관계로 각 개인의 힘만으로도 어느 정도 선까지는 도달하지만 우승 등 가장 큰 업적을 달성하는데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단순히 ‘이 선수들이 힘을 합치고 저 선수까지 합세했는데 이정도 효과 밖에 안나와?’라고 게임 캐릭터 계산하듯이 봐서는 실망만 커진다. 농구는 팀 스포츠다. 각 팀마다 특유의 컬러가있고, 거기에 맞춰서 선수단이 잘 돌아갈 경우 시너지 효과까지 더해져 0.5+0.5=2~3도 가능하다.

반면 아무리 스타급 선수들이 많다해도 각자가 본인 욕심만 챙기고 팀 플레이에 소홀할 경우 1+1=0.5가 되기도 한다. 농구에서 포지션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아무리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시대라고는하지만 포지션마다 필요한 최소한의 역할이 있고 서로간에 끊임없이 퍼즐을 맞춰나가야 한다.

계속해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객관적 전력에서 자신들보다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팀에게도 덜미를 잡히기 십상이다. 대대로 KBL에서 강팀으로 꼽혔던 팀들을 보면 선수들의 이름값도 나쁘지않았지만 포지션별 밸런스와 수비 조직력이 기본적으로 탄탄했다. 두가지 요소가 안착이 되었다는 것은 곧 팀이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이고 거기에 걸맞게 좋은 성적이 났다.

초창기 SK는 슈퍼팀으로 불렸다. 창단팀 프리미엄으로 서장훈을 품에 안을 수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첫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현주엽까지 지명하게 된다. 사실상 국가대표 주전 4, 5번을 모두 가지게된 셈이여서 우승은 시간 문제일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팀성적은 기대 이하였고 실망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후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최인선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걸고 변화를 시도한다. 현주엽을 트레이드 시키고 반대급부로 국가대표 슈터 조상현을 데려온다. 조상현 또한 뛰어난 선수이기는 했지만 현주엽의 이름값에 비교할 수는 없었다. 어지간한 감독같았으면 어떻게든 서장훈, 현주엽 라인을 살리면서 개편할 생각을하지 빅2중 한명을 떠나보낼 결심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최감독은 팀이 중심을 잡기위해서는 밸런스와 수비조직력이 우선이다고 판단했다. 서장훈, 현주엽 둘다 토종 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었지만 외국인빅맨까지있는 상태에서 시너지 효과보다는 역할 중첩으로 인한 마이너스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서장훈의 포스트 파트너로는 직전 시즌 현대(현 KCC)에서 기동력, 외곽슛 등 다재다능함이 검증된 재키 존스가 선택됐다.

포인트가드 부재도 문제였는데 다행히 신인드래프트에서 황성인을 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황성인은 시야, 리딩보다는 활동량과 슈팅에 강점이 많은 듀얼가드 스타일이었다. 이에 공격력은 단신 외국인선수치고 평범 혹은 그 이하지만 강력한 수비력에 수준급 볼핸들링과 보조리딩을 갖춘 로데릭 하니발을 뽑아 앞선의 균형을 맞췄다.

조상현은 장기인 3점슛으로 외곽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상대 2~3번 라인업에서 자신보다 작은 선수가 나왔을 때 포스트업 등 적극적인 미스매치 공략으로 앞선을 흔들었다. 이름값을 포기한 최감독의 결단은 대성공이었다. SK는 비록 선수층은 얇았지만 강력한 주전라인업을 앞세워 당시 최강팀이었던 현대를 무너뜨리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다.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허재 감독의 전주 KCC 시절 첫 우승 때도 이와 비슷하다. KCC가 신인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뽑았을 때의 분위기는 현주엽을 지명했던 SK 못지 않았다. 비록 노장이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센터중 하나인 서장훈에 더해 역사상 유래없는 괴물 센터 하승진의 조합은 상대팀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결과였다.

당시 허감독은 그렇지않아도 강한 높이를 더욱 끌어올리려는 마음을 먹었다. 외국인선수들마저 장신으로 구성하며 하승진(221cm), 서장훈(207㎝), 마이카 브랜드(207cm), 브라이언 하퍼(203.4cm)라는 숨막히는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들을 이끄는 야전사령관은 임재현이었다. 이름값과 높이를 봤을 때 역대급 팀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않았다. 장신라인업은 기동성에서 약점을 보였고 역할마저도 중첩되며 높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제대로 살리지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임재현 또한 불안한 볼핸들링으로 인해 매경기 불안한 장면이 연출됐다. 거기에 이런저런 일로 인해 팀내 분위기마저 망가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허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출장시간 문제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던 서장훈(+김태환)을 전자랜드로 보내고 강병현, 정선규, 조우현을 데려왔다. KCC가 원하던 핵심은 루키 강병현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도박성 성격도 강했다. 장신가드 강병현이 유망주이기는 했지만 전자랜드에서 자리를 잡지못하고 헤메고있던 상황이었던지라 자칫 서장훈만 잃을지도 모를 우려도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강병현은 높은 활동량을 앞세워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고 거기에 더해 아무도 예상치못한 신명호가 허감독의 전폭적 지지 속에서 국내 최고의 수비형 가드로 발돋움한다. 포인트가드로 다소 불안했던 임재현은 식스맨으로 보직을 옮겨 1, 2번을 오가는 전천후 듀얼가드 역할로 부활한다. 지금도 KCC팬들사이에서 회자되는 ‘들개군단’이 탄생하는순간이었다.

앞선에서 엄청난 압박수비로 상대 가드진을 압박하고 어렵게 통과했다해도 골밑에는 하승진과 외국인선수가 버티고 있었다. 베테랑 추승균은 젊은 선수 위주인 팀에 노련함을 더해주며 안정감을 맞춰줬다. 포지션별 밸런스와 수비조직력은 삽시간에 리그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고 해당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 할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이름값만 높은 팀을 완전히 새판으로 개편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김종수 oet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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