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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사진이 인쇄된 포스터에 사인을 하고있는 시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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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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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6대 헤비급 잠정 챔피언 출신 시릴 간(34·프랑스)만큼 격투 팬들 사이에서 평판이 급격하게 바뀐 선수도 별로 없다. UFC 데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향후 헤비급을 이끌어가는 건 물론 극강의 챔피언이 될 것'는 극찬이 쏟아졌고 한동안 기대감이 매우 컸다. 하지만 언제부터 그를 향한 혹평이 이어졌다.
잘하다가 연패가 길어져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통산 14전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다. 하지만 12승 2패로 성적은 준수하다. 12승 중 넉아웃 6회(50%), 서브미션 3회(25%), 판정 3회(25%)로 밸런스도 좋다. 지루한 경기를 하는 선수도 아니다. 패배를 기록한 다음 경기도 승리로 장식해 연패도 없다.
승리한 경기의 질도 높다. 주니어 도스 산토스, 알렉산더 볼코프, 데릭 루이스, 타이 투이바사, 세르게이 스피박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강자들을 줄줄이 꺾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일단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 크다. 2019년 옥타곤에 들어서기 무섭게 7연승을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를 뽐냈다.
시릴 간은 무에타이 스타일이 기반이 된 특유의 거리 싸움에 더해 근거리에서의 클린치 테크닉, 엘보우 공격까지 자신은 큰 상처 없이 상대를 철저하게 때려 부수는 파이팅 스타일을 자랑했다.
시릴 간은 8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있을 'UFC 310: 판토자 vs 아사쿠라'대회서 알렉산더 볼코프(36·러시아)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UFC 한국 공식 홍보를 맡은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의 도움으로 시릴 간과 지난 5일 화상으로 만났다.
"나도 지난 3년간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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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사진을 촬영중인 시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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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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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310에서 알렉산더 볼코프와 붙는다. 컨디션은 어떤가.
"이미 난 1차전에서 그를 이겼다. 물론 이번 경기는 내가 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들은 볼코프가 발전했다고 말한다. 맞다. 그는 발전했다. 승리와 패배를 겪으면서 경험이 쌓이면 발전하게 된다.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면서도 발전한다. 나도 지난 3년간 발전했다."
- 본인을 이길 정도로 알렉산더 볼코프가 발전한 건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 난 그가 지난 경기에서 파블로비치를 공략하는 걸 보고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미 훌륭한 타격가였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게 5라운드가 아니라 3라운드 경기고, 작은 옥타곤이 아니라 큰 옥타곤에서 싸운다는 거다."
(파이트 나이트 대회에서는 작은 옥타곤을 사용하고, PPV 대회에서는 큰 옥타곤을 사용한다. - 기자 말)
-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즐겼다고 들었다. 좋아하는 축구 선수가 있나.
"호나우지뉴의 팬이다. 그의 환상적인 테크닉을 보고 있으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케빈 더 브라위너가 좋다. 그는 빠르고, 시야가 정말 좋다. 브래들리 바르콜라는 운동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하지만 아름다운 플레이를 하는 아이코닉한 플레이어는 단연 지네딘 지단이다.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참 축구에도 관심이 많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웃음)"
- 농구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덩크슛도 즐겨할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들었는데 격투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농구를 했다. 주말에는 가게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농구하지 못했다. 주중에는 농구를 했지만 주말에 농구 경기를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을 했는데 주말에 경기할 수가 없어 훈련을 그만뒀다. 그러다가 1년쯤 지났을까. 무에타이하는 친구가 체육관에 와서 운동을 좀 해보라고 했다. 훈련을 시작한 첫날에 코치가 예전에 해본 적 있냐고 물었다. 나는 이게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코치가 진지하게 훈련을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같이 대단한 걸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렇게 격투기를 시작했다."
- 입식격투가로도 잘나갔다. 그때 당시와 MMA 진출 후 파이팅 스타일이 어떻게 달라졌나.
"무에타이하다가 MMA를 하는 건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거다. 같은 격투기라도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스텝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 무에타이를 보면 때때로 그냥 서서 가드를 올리고 때리고 다시 가드를 올리고 때리고 한다. 레슬링이나 유도가 아닌 무에타이를 했기 때문에 그래플링 싸움으로 가지 않기 위해 활발히 스태프를 활용해야 했다. 처음 MMA를 시작했을 때 가장 집중적으로 배웠던 게 바로 이 부분이다."
- 앞서 은가누와의 시합에서 접전을 벌였는데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몇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나는 많은 부분에서 잘했다. 하지만 가장 큰 실수는 레슬링에 집중하지 못했단 것이다. 심지어 코치가 은가누는 경기를 그라운드로 끌고 갈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좀 더 진지하게 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다. 그게 가장 큰 실수였다."
-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다게스탄에 와서 같이 레슬링 훈련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가지 않았다.
"그렇다. 고맙게도 하빕이 굉장히 친절한 제안을 해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함께 할 수 없었다. 나는 프랑스에 삶의 기반이 있다. 아내와 딸, 모든 게 여기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당시에 하빕은 다게스탄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난 하빕이 어떤 뜻으로 초대했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으로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다게스탄에서는 레슬링이 일종의 문화에 가깝다."
"현시점에서는 존스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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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릴 간은 훈련도 실전처럼 맹렬하게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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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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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와 잠정 챔피언 톰 아스피날 중 누가 최강이라고 생각하나.
"UFC는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다. 그리고 가장 무거운 체급이 헤비급이다. 그런 곳의 정점에 있는 파이터가 바로 지구 최강이다. 그런 점에서 진짜 챔피언은 존스다. 이는 의심할 순 없다. 랭킹을 보면 존스가 가장 위에 있고, 그다음에 아스피날, 나 순서로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존스가 최고다."
- 존 존스와 경기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고 했는데, 가장 크게 바꾼 게 무엇인가.
"이제 정말 집중하고 있다. 삶을 다른 방식으로 관리한다. 인생, 훈련, 일, 친구, 가족, 이런 진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 더 확고한 의지로 훈련에 임해서 스스로를 더욱더 밀어붙인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은퇴 후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다.
"이 세상에는 정말 좋은 영화들이 많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펜스>다. 영화 속에서 열연을 펼친 주연 덴젤 워싱턴은 정말 미쳤다. 보는 내내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그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내게 최고의 배우다. 그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듯싶다."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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